유니 이어 정다빈도…女연예인 또 비극의 주인공으로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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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정다빈(본명 정혜선·27) 씨가 10일 오전 7시 50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라 2층에 있는 남자친구 이모(22·탤런트) 씨의 원룸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몸에 상처도 없어 오전 3시 반∼4시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의 가족과 소속사 측이 “자살을 했을 근거가 희박하다”며 재수사를 요청해 옴에 따라 12일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씨 가족 “자살 근거 희박”… 부검키로

○ 여자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2005년 자살한 영화배우 이은주 씨, 1월 자살한 가수 유니 씨 등 최근 2∼3년간 일어난 연예인 자살 사건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인기로 존재의 가치를 판단하는 인기 만능주의 △연기, 노래가 아니라 외모로 모든 것을 말하는 여자 연예인에 대한 편견 △외모 가꾸기 경쟁 △소속사와의 갈등 등 여성 연예인은 우리 사회의 사회병리학적 전선(戰線)의 최전방에 서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MBC ‘옥탑방 고양이’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정 씨는 SBS ‘형수님은 열아홉’ ‘그 여름의 태풍’ 등 후속작의 잇따른 실패로 인기가 하락하면서 최근까지 긴 공백기를 가졌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여자 연예인은 케이블 방송에만 출연해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죽고 싶다’며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번 유명해져 ‘나는 스타’라는 강박관념이 생기면 조금만 관심이 멀어져도 불안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기 하락은 외모에 대한 집착→성형수술→안티 팬 양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 씨의 출세작인 MBC 시트콤 ‘뉴 논스톱’을 맡았던 김민식 PD는 “여자 연예인은 인기가 주춤해지면 ‘내가 덜 예뻐서 그런가’라며 성형 욕구를 느끼지만 실제로 수술을 한 뒤에는 개성이 사라져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자기 개성이 사라져 더 힘들어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자살 전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내가 나를 잃었다고 생각했고 나는 뭔가 정체성을 잃어 갔다”는 말을 남겼다. 가수 유니 씨도 역시 성형수술을 한 섹시 가수라는 이유로 ‘인조인간 같다’ 등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인기 여가수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여자 연예인들은 남자 연예인들보다 스트레스가 많다. 연기, 노래뿐 아니라 S라인 유지, 다이어트 등 외형적으로도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사생활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씨 역시 영화 ‘주홍글씨’(2004년)에서의 노출 장면 촬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 등 본질적인 부분보다 외모나 이미지 만들기에 몰두하는 소속 매니지먼트사와의 마찰도 끊임없이 벌어진다. 유니 씨의 경우 지나친 섹시 콘셉트로 소속사와의 갈등이 컸다는 후문도 있다. 정 씨 역시 2005년 계약 파기를 이유로 전 소속사로부터 소송을 당했으며 출연료 문제 등 여러 차례 송사에 휘말렸다.

외모경쟁 → 성형 → 비난 → 정체성 상실 갈등

전문가들 “모방 자살 ‘베르테르 현상’ 우려”

○개인을 넘어 사회 문제로…

나아가 연예인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을 넘어 사회 문제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자살로 자신의 자살을 합리화하는 ‘베르테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베르테르 현상’이란 1774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간된 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젊은이들의 연쇄 자살이 잇따르면서 생겨난 이른바 ‘모방자살 현상’을 말한다.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베르테르 현상’에 따른 모방자살을 막기 위해 언론이 따라야 할 권고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울산대 의대 정신과 백상빈 교수는 “연예인이 자살하면 일반인들은 ‘나같이 하찮은 사람쯤이야’ 하며 모방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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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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