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서울 봉천동 ‘청송면옥’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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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해 정해년.

돼지는 풍요와 복의 상징이면서 탐욕과 게으름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쨌든 ‘황금돼지’설이 퍼지면서 요즘 돼지처럼 주가가 오른 동물도 없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청송면옥’(02-873-3319)은 돼지갈비로 일가를 이뤘다. 청송 심(沈)씨 삼형제가 20년 가까이 식당을 하면서 형제애를 나누고 있다. 1980년 요리에 입문한 둘째 심오재(47) 대표는 호텔 조리장을 지냈다.

○ 주인장의 말

처음부터 돼지갈비를 한 것은 아니다. 1991년부터 한우 전문점으로 서울 강남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2003년 광우병 파동이 터지자 한순간에 기반이 무너질 정도로 어려웠다. 예약을 취소하려는 단골 손님들에게 “쇠고기만 안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 그때 새로 개발한 돼지갈비를 메뉴로 내놓았다. 이제는 돼지갈비를 찾는 손님이 더 많다.

돼지고기는 장점이 많다. 불포화지방산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동맥경화나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고, 비타민B군은 탄력 있는 피부를 만들어 준다.

우리 집 맛의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좋은 고기다. 아무리 양념이나 조리법이 뛰어나도 고기 자체의 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자연환경이 좋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제주도산을 사용한다. 돼지갈비로 먹기 좋은 고기는 지방의 비율이 30%쯤 되는 것이다. 그래야 씹을 때 부드러운 맛이 살아난다. 살코기만 있으면 퍽퍽하고 씹는 맛이 없다.

그 다음은 사과를 이용한 양념이다. 사과가 육질을 부드럽게 하면서 천연의 단맛을 낸다. 물엿이나 설탕은 쓰지 않는다. 집에서 요리한다면 기본 양념에 사과만 써도 맛이 다르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쇠갈비라는 착각이 들 만큼 고기 맛이 부드럽습니다.

▽주인장=돼지갈비엔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어. 이 정도의 고기 맛은 있어야 떳떳하지.

▽식=돼지고기는 원래 바싹 익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좋은 돼지고기는 중간 정도로 익힐 때 더 맛이 좋아.

▽식=단맛을 내는 데 배 대신 사과를 쓰는 이유는 뭡니까.

▽주=고기와 과일의 궁합이 있어. 배는 쇠고기에, 사과는 돼지고기에 어울리지. 맛과 향, 색 모두 사과가 배보다 낫더라고. 배나 파인애플도 써 봤는데 고기의 탄력이 처져.

▽식=비밀의 원천인 주방을 이렇게 쉽게 공개해도 됩니까.

▽주=원하면 언제든 보여 준다. 내 얼굴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웃음). 구경한다고 맛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의가 있는 분한테는 설명도 하고 맛도 나누고 싶거든. 음식에는 ‘모범 답안’이 없어. 자기만의 답안을 만들어야지.

▽식=언제나 서서 손님을 맞으십니까.

▽주=조리장 시절부터 지켜온 원칙이야. 주인의 마음이 변하면 손님들도 금세 알아차려. 식당은 시끄러워도 사람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해. 그게 ‘사람 맛’이지. 사람이 끊긴 식당엔 들어가기도 싫은 법 아닌가.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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