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신춘문예]중편소설 당선작(요약) ‘나의 플라모델’-김휘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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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황중환 기자
일러스트=황중환 기자
‘나 홀로 탈북’한 16세 소년인 ‘나’는 플라 모델을 파는 ‘플라 드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한 남자를 보게 된다. 흉한 몰골을 한 남자는 쇼윈도 유리에 얼굴을 들이대고 서서 진열된 플라 모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남자가 들어오자 손님들과 사모님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같이 일하는 창용이가 남자를 어서 내보내라며 내 등을 떠민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가 나가 달라고 말하지만 남자는 꼼짝하지 않는다. 몇 번을 나가 달라고 말하자 나를 빤히 쳐다보았는데 그때 남자의 눈빛에 나는 어딘지 모르게 끈끈함을 느껴 움찔한다. 며칠 뒤 나는 그 남자가 고향 빵집 할아버지와 함께 서 있는 걸 멀찍이서 보게 된다. 플라 드림에 왔던 거지꼴의 그 남자임을 알아보고 조금씩 그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사장 부부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창용을 보게 된다. 플라 모델을 팔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그에 상응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창용이는 플라 모델 동호회도 주도했는데 나는 그 모임에서 필록이가 무선모형 비행기를 날리는 걸 구경하게 된다. 그러던 중 플라 드림에서 만났던 그 남자를 또 보게 된다. 그 남자는 소주를 나발로 불어 ‘나발 아저씨’로 알려져 있었다. 무선모형 비행기가 휘청하며 나발 아저씨의 발밑으로 내려앉는다. 나발 아저씨가 신기한 듯 비행기를 주워들지만 재수 없다는 듯 필록이가 그것을 채 간다. 나는 나발 아저씨의 뒤를 밟다가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야산 아래 재개발 계획이 잡힌 지역에 있는 그 폐가에 대해 언젠가 가게 옆 미래부동산에서 엿들은 걸 떠올린다. 그 집에 거주하는 나발 아저씨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나는 실향민인 할아버지로부터 듣는다. 나발 아저씨에 대한 호기심으로 버려진 집의 이층 다락방으로 빵을 가져다주는 심부름을 한다. 거기서 나는 전투기 앞에 한 청년이 군모를 가슴에 벗어든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된다. 사진에 대해서 물었지만 나발 아저씨는 대답이 없다. 나는 가게에 가자마자 쇼윈도 진열대를 살핀다. 일전에 나발 아저씨가 쇼윈도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보았던 게 미그19기였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나는 가게 창고에서 플라 모델 미그19기를 훔친다. 훔친 그것을 조립해서 몰래 밤에 버려진 집으로 찾아간다. 그것을 나발 아저씨에게 건네면서 사진 속에 있는 전투기가 미그19기 전투기가 맞냐고, 아저씨가 미그19기 조종사였냐고 묻는다. 처음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던 나발 아저씨는 천천히 말을 꺼낸다. 아저씨와 대화 속에서 나는 미그 19기가 과거 전투에서 활약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나발 아저씨가 십 년 전에 미그19기를 몰고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넘어 귀순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발 아저씨는 팔뚝만 한 작은 미그19기를 손에 들고 다락방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이륙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인다. 다시 비행하는 꿈을 꾼다.

미그19기를 훔친 이후로 나는 창고에서 계속 플라 모델을 여러 개 빼냈다. 그러다 창용에게 들킨다. 창용은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사장 부부에게 불어 버리겠다고 위협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온 나는 밤에 주방에서 쓸쓸하게 소주를 마시는 수영 형을 본다. 문득 수영 형과 내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나 홀로 탈북해 쉼터를 도망 나와 거릴 배회하던 나를 받아준 형에게 나는 그동안 간섭한다고 불평만 했다. 형은 정착해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서 대학까지 나왔지만 이력서를 내민 곳마다 미끄러졌고 사귀던 여자와도 헤어졌다. 형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부모가 반대한 때문이었다. 형을 차츰 이해하는 시선을 갖게 된 나는 한편으로는 창용이가 사장 부부에게 고자질을 했을까 봐 불안해한다. 창용이와 필록이의 가게 터는 계획에 휘말린다. 녀석들은 거절하면 물건을 훔친 사실을 불어 버리겠다는 협박과 원하는 플라 모델을 주겠다는 유혹을 했다. 그들이 훔칠 품목 중엔 무선모형 미그19기가 있었다.

가게를 턴다. 공범인 나는 결박된 채 추위에 떨다 잠이 든다. 아침에 사모님에게 발견된 나는 경찰에게 녀석들이 시킨 대로 말한다. 며칠 뒤 나는 필록이로부터 무선모형 미그19기를 몰래 건네받는다. 나는 조립한 그것을 나발 아저씨에게 보여준다. 아저씨는 자신이 몰던 미그19기의 별명인 ‘백두번개’를 떠올리며 관심을 보인다. 아저씨는 밖에 바람이 부는 날씨인데도 야산으로 그것을 들고 올라간다. 나는 밤하늘에 미그19기를 날리며 환하게 웃는 나발 아저씨의 얼굴을 보게 된다. 처음 보는 웃는 얼굴이었다. 나발 아저씨는 필록이가 선보였던 3회 선회를 시도한다. 세 번 연속 원을 그리면 정말 하늘에 구멍이 날 것 같은 진지함 속에서 아저씨도 나도 숨을 죽인다. 구멍이 뚫리면 그 속으로 미그19기가 탈출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 번째 원을 시도하려는 도중 갑자기 불어댄 바람 때문에 미그19기는 키 큰 나무에 부딪혀 떨어지고 만다.

도난 사건 이후 터진 사장님의 외도사건으로 신경이 뾰족해진 사모님은 담당형사를 닦달한다. 담당형사가 다녀간 지 몇 시간 후 서에서 범인을 잡았으니 없어진 물건이 맞는지 버려진 집에 와서 확인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사건은 종결되었다. 나는 죄책감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한다. 철창에 갇힌 나발 아저씨를 만난다. 아저씨는 감옥 밖이 오히려 더 감옥 같아 못살겠다며 감옥에 들어온 게 잘 된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눈물이 흐른다. 경찰서에서 나오다가 경사 아저씨로부터 날개에 초록색 테이프를 감은 무선모형 미그19기를 건네받는다. 사건 종결 보름 뒤 나는 포클레인에 의해 부서진 집 앞에 선다. 잔해 속에서 군복을 입은 청년이 미그19기 앞에 서서 환하게 웃는 사진을 발견한다. 사진 속 청년의 모습에서 나는 수영 형과 나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본다. 야산에 올라 무선 미그19기 동체에 사진을 테이프로 붙인 뒤 날린다. 3회 선회를 시도하며 나발 아저씨가 이 광경을 봤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하늘에 동그란 구멍이 뚫리는 것을 상상한다. 그 속으로 미그19기는 빨려 들어가듯 허공을 뻗어나가다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무사히 내려앉았을 곳을 멍하니 내려다본다.

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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