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족 세자매’ 검정고시 이어 대입도 나란히 통과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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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다닐 나이에 고입, 고졸 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하고 이어 대학에 합격한 손빈희(앞) 황정인(가운데) 손다빈(뒤) 자매. 충주=장기우 기자
중학교를 다닐 나이에 고입, 고졸 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하고 이어 대학에 합격한 손빈희(앞) 황정인(가운데) 손다빈(뒤) 자매. 충주=장기우 기자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10대 세자매가 고입,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데 이어 차례대로 대학에도 합격했다.

충북 충주시 연수동에 사는 손빈희(15), 황정인(14), 손다빈(14) 양이 주인공.

맏언니인 빈희 양은 지난해 5월 치러진 충북지역 고졸 검정고시에서 전체 차석을 차지한 뒤 올해 부산외국어대 법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해 재학 중이다.

언니와 같이 고졸 검정고시를 봐 최연소 기록을 세운 정인 양은 올해 수시모집에서 한림대, 계명대, 전주대, 우석대, 호남대 등 5개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같은 해 고입 최연소 기록을 차지한 뒤 4개월 만에 다시 고졸 검정고시 최연소로 합격한 다빈 양도 한림대, 삼육대, 건양대 등 3개 대학에 합격했다.

아직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은 대학들까지 합치면 정인 양과 다빈 양은 각각 10여 개 대학에 합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매가 합격한 대학들은 장학금과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으며 등록을 유도하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이들은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성(姓)에 나타나듯 이들은 친자매가 아니다.

아버지 황석호(38) 씨와 어머니 윤미경(40) 씨가 1999년 재혼하면서 가족이 됐다. 남의 둥지에서 자라는 새끼 뻐꾸기들처럼 새로운 아빠와 엄마를 맞았지만 자매들은 잘 챙겨 주고 따르는 친언니와 동생이 됐다.

사업하는 황 씨를 따라 중국에서 2년간 살다가 귀국한 이들은 정규 학교 편입 대신 검정고시를 치르기로 했다.

건국자활학교와 한울학교 등 충주 지역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야학에 다니면서 기초를 쌓았고 윤 씨가 짠 프로그램에 따라 규칙적으로 공부해 결실을 이뤘다.

두 동생에게 훌륭한 ‘본보기’인 빈희 양은 5월 자신의 공부 노하우를 담은 ‘손빈희의 공부가 쉬워지는 동화’라는 책도 펴냈다.

윤 씨는 “재혼 후 한동안 아이들이 서먹서먹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이겨 냈다”며 “아이들 뒷바라지로 수험생 못지않은 시간을 보냈는데 내년에는 남편과 ‘자유’를 만끽하며 살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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