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사랑하세요, 그분이 찾아옵니다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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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당신부로 사목을 했던 경남 거창성당 관할 내에 위천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성당)가 있다. 그곳에는 염소 몇 마리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생계를 꾸려 가는 ‘요한’ 할아버지 부부가 계셨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이들 노부부는 의지할 곳이 없는 분들이었다. 할아버지를 먼저 보낸 ‘마리아’ 할머니가 중풍으로 앓아눕게 되었다. 본당신부인 나는 할머니를 거창에 있는 병원으로 모셔가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였지만 돌봐 줄 사람이 없는 할머니는 수족마저 쓸 수 없었다.

나는 공소 신자들과 의논해 ‘마리아’ 할머니를 돌보기로 했다. 신자들이 두 명씩 조를 짠 뒤 오전 오후 할머니 집을 방문해 식사 빨래 목욕 청소 등을 맡아 간병하기로 했다. 30여 명의 신자가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고, 나는 열심히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치료를 받게 했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할머니는 주변에서 조금만 돌봐 주면 혼자 지낼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하셨다.

신자들의 정성 어린 돌봄으로 할머니가 일어나게 되자 신자들이 기뻐함은 물론이고 온 동네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가족이라도 오랜 투병 생활을 뒷바라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이 있은 뒤, 많은 동네 사람이 예비자 교리반에 나왔다. 그리고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에 나오지 않던 신자들도 다시 성당으로 돌아왔다.

하느님은 말로 보여 줄 수 있는 분이 아님이 틀림없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사랑으로 살아갈 때만 만나게 되는 분이 아닐까? 통계상으로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를 합치면 1500만 명이 넘는다. 우리 사회의 어둠과 부패와 각박함은 우리가 ‘사랑’이신 하느님과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탓이리라.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유영봉 천주교 마산교구 총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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