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검색어 1위에 올려드릴게요”… 팬클럽 동시 검색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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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보아의 21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제작한 지령(왼쪽).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스물 한 살 권보아’를 입력, 5일 밤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아래 역시 ‘SS501’의 멤버 김현중의 생일을 맞아 검색 순위 1위를 만들기 위한 팬들의 안내문이다. 인터넷 화면 캡처
가수 보아의 21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제작한 지령(왼쪽).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스물 한 살 권보아’를 입력, 5일 밤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아래 역시 ‘SS501’의 멤버 김현중의 생일을 맞아 검색 순위 1위를 만들기 위한 팬들의 안내문이다. 인터넷 화면 캡처
대학생 권영훈(23) 씨는 어느 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스물 한 살 권보아’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뜻을 몰랐던 권 씨는 게시판에 “스물 한 살 권보아가 무슨 뜻이죠?”라고 남겼다. 10분 후 권 씨가 받은 답장은 지령 같은 글귀였다. “가수 보아의 21번째 생일, ‘스물 한 살 권보아’라는 검색어를 입력창에 쳐주세요.”

권 씨가 받은 것은 바로 가수 보아의 팬들이 마련한 이벤트. 1986년 11월 5일생인 보아를 위해 팬들이 5일 검색 순위 1위를 만들라는 지령을 마련한 것. ‘5일 오후 7시부터 10시 포털사이트 네이버’라고 적힌 지령지는 보아의 팬사이트 및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후 게시판에는 ‘임무완수’라는 팬들의 자축 댓글이 이어졌다.

10일 낮에는 ‘아라시 입국’이라는 검색어가 1위에 올랐다. 11∼12일 내한 공연을 펼치는 일본 출신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가 오전 11시 45분경 한국에 도착하자 팬들이 이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 것.

검색어 순위 1위를 사수하기 위한 팬들의 작전은 다양하고 치밀하다. 해당 가수의 기념일이 있기 10여 일 전부터 시간 장소 검색어 등을 팬사이트 및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알린 뒤 당일 수백 명의 팬이 동시다발적으로 검색창에 지령어를 입력한다. 지령 시간은 주로 한산한 저녁이나 새벽이 대부분이다.

‘허영생 생일’(‘SS501’의 멤버 허영생의 생일 지령)이나 ‘슈퍼주니어 1년’(‘슈퍼주니어’의 데뷔 1주년 기념), ‘이승기 제발’(이승기의 2.5집 타이틀곡)이나 ‘정윤호 사랑해’ ‘닥치고 동방신기’ 등 도발적인 검색어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실시간 이벤트도 확산되고 있다.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상당했던 무릎이 완치됐다”는 말을 하자 팬들은 ‘재중무릎완치’ 검색어를 만들어 검색 순위 1위에 올렸다. 일부 팬은 ‘무릎’을 ‘무릅’으로 잘못 입력해 ‘재중무릅완치’ 검색어가 순위에 들기도 했다.

‘SS501’의 팬이라는 박희정(17) 양은 “검색어 순위에 자주 올라야 인기가 있어 보인다”며 “IP주소가 같은 컴퓨터로 검색어를 입력하면 소용없다는 말을 듣고 동네 PC방을 돌아다니며 검색어를 입력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장인 남정우(29) 씨는 “이러한 팬들의 행동은 ‘조작’이나 다를 바 없다”며 “포털사이트를 놀이터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담당 이경률 대리는 “같은 IP주소나 동일 영역 IP주소일 경우 수백 번 검색해도 한 번으로 간주되나 동시 다발로 올라오는 검색어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당사자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이런 행위를 하나의 팬덤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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