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신라의 통일뒤엔 첩자가 있어…‘역사를 훔친 첩자’

  • 입력 2006년 10월 14일 03시 03분


◇ 역사를 훔친 첩자/김영수 지음/215쪽·9900원·김영사

‘음험하기가 사나운 독수리 같은 정치가.’ 단재 신채호는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에 대해 이렇게 혹평했다. 그가 ‘전장의 공보다는 음모로 이웃 나라를 어지럽혔다’는 게 이유다. 서로 물고 물리는 삼국 전쟁기. 살아남기 위해서는 승리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했던 그 시대에 ‘첩자’는 백만 대군에 못지않은 효과를 안겨 주는 고품질 전략이었다.

왕의 동생을 구해 온 신라 충신 박제상, 백제 개로왕에게 파탄을 안긴 고구려 승려 도림, 청년 김유신을 노리고 침투한 고구려 간첩 백석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행인’ ‘세작’ 등의 표현으로 기록된 대개의 첩자는 이름과 신분을 감추고 적국 고위직의 하인이나 적국의 병사로 침투하여 삼국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흥미진진한 사료를 바탕으로 읽기 쉽게 서술되어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연개소문의 아들들 간 권력 다툼이나 신라 대야성주 김품석과 모사 검일의 갈등 같은 내분을 모두 ‘첩자’의 사례로 묶어 버린 ‘과감함’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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