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내 사랑을 방해하는 7가지 악마’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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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을 방해하는 7가지 악마/질리안 스트로스 지음·배유정 옮김/258쪽·9800원·갤리온

얼마 전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흥미로운 리스트를 봤다. 제목은 ‘딸아, 이런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아침잠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배 나온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연락을 하기 전에는 연락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지 마라. 성공한 사람을 너무 기대하지 마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면 인생을 안이하게 살았다는 증거다’ 등등.

세상에. 아침잠이 많은 건 게을러서 안 되고, 성공한 사람은 실패를 안 해 본 사람이라서 곤란하고, 배 나오면 안 되고, 연락은 항상 기다려야 하고…. 어머니, 당신의 딸은 도대체 누구를 만나야 합니까.

어머니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리스트를 요약하면 대략 “딸아, 그냥 혼자 살거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너무 잔혹한 해석인가.

그러나 저자는 과감하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해 고민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그 ‘체크리스트’ 때문이라고.

이 책은 연애교양 지침서다. 그러나 괜찮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작업의 기술’을 전수받고자 하면 실망감이 앞설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성을 만나라’ 혹은 ‘이런 자리에서는 이렇게 하라’는 지침이 아니라 미혼들이 독신을 벗어나지 못하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다.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지난 8년간 만들어 온 여성 프로듀서로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싱글’과 ‘커플’들을 인터뷰하며 ‘왜 내 사랑은 꼬이는 걸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사랑을 방해하는 7가지 속삭임(the seven evil effects)에 너무 휘말리고 있다는 것. 그 7가지 속삭임은 다음과 같다.

“사랑은 널 구속할 뿐이야.” “네가 원하는 사랑은 절대로 포기하지 마.” “어차피 이혼할 텐데 뭣 하러 결혼해?” “전통적인 이상형과 현대적인 이상형을 모두 갖춘 사람은 분명히 있어.” “힘든 건 사랑이 아니야.” “너는 화려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어.” “절대로 남자 보는 눈을 낮추지 마.”

재미있는 점은 인기 토크쇼 TV 프로듀서인 저자가 이런 속삭임을 부추기는 근원으로 미국의 TV 드라마를 꼽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섹스 앤드 더 시티’나 ‘프렌즈’ 같은 드라마를 넘어서라고 충고한다.

과거의 드라마가 천편일률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통해 ‘결혼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면 최근의 TV 시리즈는 무조건적인 싱글 생활의 화려함과 자유를 포장함으로써 사랑보다는 ‘폼생폼사’를 선택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여성이 진지한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 속의 가공된 캐릭터인 ‘캐리’와 ‘레이철’이 만든 남성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남자는 잘생겼지만 식사 값을 계산할 때 할인카드를 써서 안 되고 저 남자는 맘에 들긴 하지만 문자메시지에 ‘초딩체’를 써서 안 되고…. 99가지의 장점이 있어도 1가지의 부족함 때문에 관계의 지속을 거부해 버리는 기준이 문제라는 것. 저자는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저자는 현실과의 타협을 긍정하고 첫눈에 끌리는 이성보다는 만남을 지속할수록 끌리는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재치 있고 날카로운 원인 분석에 비해 결론은 다소 힘이 떨어지고 진부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지금 만나는 사람에 대해 ‘과연 내가 찾던 그 사람일까’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면, 혹은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솔메이트(Soul mate)’ 때문에 고민이라면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읽고 나면 사랑을 방해하는 7가지 악동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법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원제 ‘Unhooked Generation’(2006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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