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서 꿈을 찾다니”…在美마종기 시인 신작 출간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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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청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에 애태우고 좋은 시에 온마음을 주는 자를 으뜸가는 인간으로 생각하다니요. 바보 같지요?” 크고 빠른 게 제일이고, 마음을 순화하는 시집보다는 돈 버는 데 도움 되는 책을 쳐 주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시를 쓰는 시인은 바보처럼 보인다.

그래도 마종기(67·사진) 씨는 시인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성공과 능률만 계산하는 인간으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새 시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문학과지성사)는 그런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도미(渡美)한 지 올해로 꼭 40년이 되는 마 씨. 그는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4년 전 은퇴했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써 왔지만, 막상 현업에서 물러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시집 출간에 맞춰 잠시 귀국한 마 씨는 지난달 31일 기자에게 “조금씩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적응 훈련 중”이라며 웃었다.

그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시집도 그러하다. 이전 시편들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간절한 감정이 쏟아져 나왔는데, ‘우리는…’의 시들은 대부분 여유있고 넉넉하다. ‘알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너를 떠나지 않았다./지난 며칠 왠지 밤잠을 설쳤을 뿐이다./얼굴과 머리는 늙어 낙엽으로 날리지만/한 평 침대에 누운 저 꽃잠 깨기 전에/재갈 물린 세월아, 모두 잘 가거라, 잘 가거라.’(‘귀향’에서)

은퇴한 뒤 시작(詩作)에만 전념해 온 마 씨는 시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는 눈치다.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는 자, 함부로 총쏴 사람을 죽이는 자가 꽃과 나비에 대한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릴까요?

나는 사람들이 시를 읽으면서 넋을 놓고 꿈꾸길 바랍니다. 나는 바보일까요?” 사람들이 꿈을 꾸게 하고 영혼을 고결하게 다듬도록 하는 일은 시인의 의무다. 이런 의무를 기꺼이 지고 가는 시인은 위대한 바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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