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내 음악소리 들어줄… ‘누구 없어요?’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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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없어요?/최미란 그림·김향금 글/36쪽·9000원·사계절(5세∼초등 저학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5분이라도 찬찬히 관람한 적이 있는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유물 앞에서 장난치느라, 고학년 아이들은 설명문을 읽고 베끼느라 정작 유물을 감상할 시간이 없다.

이 그림책은 국립부여박물관에 있는 백제금동대향로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최미란 씨와 작가 김향금 씨가 불러낸 이야기다.

높이 64cm, 무게 11.8kg의 백제금동대향로는 크게 받침과 몸통, 뚜껑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향로를 받치는 받침은 한쪽 다리를 힘차게 치켜든 용의 모양, 향을 넣어 피우는 몸통은 활짝 피어난 한 송이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 뚜껑이 희한하게 생겼다. 크고 작은 봉우리 사이사이에 기이한 동물과 갖가지 풀, 나무, 신선들이 섬세하고 화려한 솜씨로 새겨져 있다.

윗부분의 다섯 봉우리 위에 다섯 악사가 제각기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도 보인다.

“누구 없어요?”

갑자기 한 악사가 소리친다. 완함이라는 악기를 좋아해 틈만 나면 완함을 연주하는 아이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들려주려 하지만 사람들은 완함 소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1400년 전 백제 사람도 현대인처럼 몹시 바빴나 보다.

아이는 음악을 들어줄 친구를 찾아 길을 떠난다. 아이는 악귀를 쫓는 뿔난 괴물 ‘포수’, 코끼리를 탄 신선,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을 한 채 늘 웃고 있는 괴물, 생각에 잠긴 원숭이를 만난다. 이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아이는 각각 거문고 배소 피리 북을 연주하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네 아이를 만나 음악을 함께 연주한다. 음악 소리를 듣고 온갖 새와 짐승, 크고 작은 괴물들이 모여들어 너울너울 덩실덩실 춤춘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있어 참 좋았다.

사계절출판사가 펴내는 우리문화 그림책 시리즈 일곱 번째 책. 여섯 번째 책은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 ‘십우도’에서 불러낸 이야기(‘소 찾는 아이’)였다. 다음에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면 이리저리 살펴보고 귀 기울여 볼 일이다. 더 재미나고 신나는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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