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너도 한국인의 가족이란다… ‘Family Story’ 展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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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성 작 ‘Sweet Family’. 사진 제공 갤러리현대
황영성 작 ‘Sweet Family’. 사진 제공 갤러리현대
황영성(65·조선대 명예교수) 화백의 작품은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눈을 동그랗게 뜬 원숭이, 부루퉁한 표정의 호랑이, 코를 벌름거리는 돼지…. 작품마다 둥글둥글한 선으로 만화처럼 그려진 동물들로 가득하다.

황 화백의 개인전 ‘Family Story’가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황 화백은 1970년대 이래 지금까지 ‘가족’을 테마로 그림을 그려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최근 3년간 작업한 60여 점. 그림을 채운 것은 ‘가족’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엄마 아빠가 아니라 동물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12지 동물”이라고 황 화백은 설명한다.

“‘가족’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초가집과 우리 가족을, 그리고 외양간의 소를 넣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생각이 났지요. 아, 소도 가족이었구나. 소를 생각하다 다른 동물들 생각도 하게 됐고. 그러다가 12지 동물이 한국인의 전통의식 속의 가족이라는 생각에까지 닿았어요.” 동물이 이번 전시회의 주요 캐릭터가 된 연유다.

단순화한 동물들이 반복되는 사각 틀 안에 화려한 색깔로 그려졌다. 동물뿐 아니라 꽃과 나무도 보인다. 작가가 ‘자연의 가족’을 품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정신의 가족’으로서의 역사적 사건을 암시하는 8·15, 3·8(선) 같은 숫자도 그림에 들어 있다. ‘Sweet Family’와 ‘Round Family’는 각각 실리콘, 알루미늄 공을 이용해 작업한 작품이다. 유화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써서 테마를 변주한 것. 재료는 현대적이지만 작가가 표현하는 주제는 그윽한 향토적 정서를 품고 있다. 02-734-6111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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