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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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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 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소라게야
울지 말아라 쓸쓸해하지 말아라
게잠으로 누워 옆걸음 치며 돌아가야 할
누더기 등껍질 촘촘 기워간다
물 밀려간 자리 흰 거품 걷어내며
기어 나오는,
소라게의 발이 뜨겁다
- 시집 '뜨거운 발'(애지) 중에서
등껍질 바꾸는 소라게처럼 허름한 민박집에 드셨군요. 한낱 무정물인 바닷물이 ‘벼랑 차고 바윗살 핥는 시린 슬픔’인 줄 단박에 아시는 걸 보니 꽤나 쓰라린 해안, 맨발로 걸어오셨군요. 아, 소라게의 발이 뜨거운 줄 아시다니요. 그럼요. 아무리 염천의 바다라도 소라게의 발이 식으면 다 식은 거지요. 작은 생명 하나의 온기가 없다면 그 별은 얼마나 적막한 것일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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