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손택수/‘放心’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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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

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

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

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

어젖히고

-시집 ‘목련 전차’(창비) 중에서》

백주 대낮에 당하셨군요. 고래(古來)로 무서운 솜씨를 자랑하는 녀석들입지요.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지만 ‘물 찬 제비’라는 말도 있지요. 대대손손 검술을 익힌 녀석들 중에는 연못을 메밀묵처럼 썰고 지나간다는 소문도 있습죠. 그래, 집의 상처는 깊지 않으신지요. 네? 숨통이 트인다고요? 그나저나 도시의 시멘트벽과 유리문을 뻥 뚫고 갈 절륜의 무공을 지닌 제비는 없는 걸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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