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보수주의 대부,마키아벨리 꾸짖다…‘마키아벨리’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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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레오 스트라우스 지음·함규진 옮김/489쪽·2만5000원·구운몽

1958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의 재미는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를 저자인 독일계 유대인 미국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와 비교하며 읽는 데 있다.

마키아벨리와 스트라우스는 아주 대조적인 정치사상가다. ‘마키아벨리스트’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를 지칭한다면 ‘스트라우시언’은 정치에서 도덕성을 강조하는 어빙 크리스톨, 폴 울포위츠, 리처드 펄 등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이론가들을 말한다.

스트라우스가 살아 있다면 과연 조지 W 부시의 네오콘 정책을 지지했을까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지만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이 네오콘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것만은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가 자주 사용하는 폭정(tyranny)이니 체제교체(regime change)니 하는 말들을 스트라우스의 교재에서 가져왔다는 점은 이 책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스트라우스는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야말로 군주제를 비판하고 공화제를 옹호한 근대적 정치사상가이며 가치판단을 배격한 최초의 사회과학자라는 ‘먹물’들의 주장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마키아벨리를 ‘악의 교사’로 받아들이는 일반대중의 통념이 진실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는 스트라우스의 이론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그는 가치 있는 고전은 대중을 이해시키기 위한 범속(凡俗)적 진술과 선택된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비의(秘意)적 진술을 함께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마키아벨리에 대한 통념은 범속적인 것이고,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혁명적 요소는 비의적이다.

그러나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단순한 생각이야말로 학계의 주류적 생각보다 훨씬 탁월하다”며 많은 지식인이 마키아벨리에게 중독돼 그 실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군주론’과 ‘로마사논고’를 꼼꼼히 독해하면서 두 책이 군주제와 공화제라는 전혀 다른 체제에 바쳐진 책 같지만 실은 고대의 정치철학을 실용적으로 해석한 같은 주제의 책이라고 강조한다.

마키아벨리와 스트라우스는 고대 정치의 복원을 이상으로 봤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스트라우스에게 고대는 진리와 정의가 뚜렷한 세계인 반면 마키아벨리에게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가 자유롭게 펼쳐진 세계라는 점에서 갈린다. “악마는 더 심층적 신학적 진실에 따르면 타락천사”라는 스트라우스의 마키아벨리 비판은 여기서 비롯된다.

마키아벨리에게 정치적 위대함은 정복과 폭정이라는 범죄를 기반으로 성립한다. 스트라우스에게 미국은 그런 마키아벨리의 원칙에 반대하며 자유와 정의를 기반으로 세워진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따라서 “아메리카니즘은 마키아벨리즘과 정반대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스트라우스 선언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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