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여름은 길고 찜질방은 많다”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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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혜(왼쪽) 김정아 씨가 찜질방 옥상에 있는 기능성 풀에서 수중 마사지를 즐기고 있다.
강승혜(왼쪽) 김정아 씨가 찜질방 옥상에 있는 기능성 풀에서 수중 마사지를 즐기고 있다.
홍보대행사 ‘애플트리’의 김정아 강승혜 씨는 26세 동갑내기다.

김 씨는 대학 시절부터 찜질방 마니아. 지금도 남자 친구와 데이트 코스로 찜질방을 찾는다. 강 씨는 찜질방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달에 딱 한 번 찜질방을 찾았을 뿐이고 예전 남자 친구의 ‘애원’도 거절했다.

두 사람이 3일 이열치열의 피서지로 각광받는 ‘찜질방’(서울 광진구 자양동 해피데이 스파)에 들렀다. 반나절가량 진행된 ‘찜질방 토크’에서는 ‘쌩얼’(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과 남자 친구, 다이어트 등 다양한 화제가 오갔다.

강 씨는 진화(進化)된 찜질방을 보고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 말을 받은 김 씨의 찜질방 예찬. “여름은 길고 찜질방은 많다!”

○ 찜질방-동상이몽

두 사람은 비키니 차림으로 이 찜질방의 옥상에 있는 노천탕에 몸을 맡겼다. 보디 마사지 기능이 있는 풀과 정원처럼 꾸며진 휴식 공간도 있다. 찜질방의 진화다.

“6월 초 부산에 갔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무엇에 홀렸는지 찜찔방에 가본 게 처음이야. 해운대에 있는데 통유리 창으로 바다와 광안대교가 다 보였어.”(강승혜)

“부산에 살 때 가끔 가던 곳이야.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찜질방에서 보는 전망이 좋아 명물로 꼽혀.”(김정아)

“난 몸에 열이 많아 찜질방은 질색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찜질방을 좋아해?”(강승혜)

“찜질방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어. 한마디로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하지. 안에 있으면 밖에 나갈 이유가 없어. 펄펄 끓는 찜질방에서 뼛속까지 시원하게 찜질하고 목욕하면 얼마나 개운한데. 골프 연습도 하고, PC방에서 게임하고, 출출하면 라면 한 그릇 먹고, 한잠 푹 자고, 이벤트도 구경하고…. 밖에서는 30 몇 도라며 법석이지만 여긴 딴 세상이지.”(김정아)

“찜질을 많이 하거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 피부에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강)

“무슨 소리? 이 뽀송뽀송하고 매끄러운 피부는 찜질방 덕분이라고 믿어.”(김)

○ 찜질방과 남자 친구

“‘남친’이랑 찜질방 오는 건 어떻게 생각해?”(강)

“음,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지. 화장하지 않은 ‘쌩얼’을 보여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일단 ‘내 쌩얼을 보고 놀라지 마라. 그리고 어떤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끝이다’는 다짐을 받았지.(웃음) 나는 남자 친구랑 사귄 지 3개월 만에 찜질방에 갔어.”(김)

“맞아, 처음에는 어두운 곳이 데이트하기 편하지. 주로 영화관이나 레스토랑 같은 실내공간이 좋아. 남친 반응은 어땠어?”(강)

“화장 안 한 얼굴이 더 예쁘다고 하던데.”(김)

“찜질방 데이트 이후 연락이 끊긴 커플도 많다던데. 남친의 말이 진실일까? 정말 미스터리다.(웃음)”(강)

20대 중반 여성인 두 사람의 ‘남친’ 이야기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난 지금 ‘싱글’이야. 사귀던 남자와 헤어진 지 3년 됐는데 그럭저럭 지내다 보니….”(강)

“헉, 어떻게 3년을 혼자 지내. 싱글이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일이라던데.”(김)

“그때 남자 친구가 찜질방 가자고 자주 졸랐는데 끝까지 버텼어. 그래서 깨졌나.(웃음) 영화에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난 한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데 사귄 기간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강)

“A형 맞지?”(김)

“…. 그렇긴 한데. 그 사람이 첫 사랑이야. 그래서 생각도 많이 나고 잘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강)

“이 얘기 신문에 나가면 다시 연락 오는 것 아닐까.”(김)

“미련이 있는 건 아닌데….”(강)

“찜질방이 좋은 데이트 코스가 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돈이 적게 들고 편하고 일상적인 모습에서 서로를 확인할 수 있어. 어떤 때는 종일 있게 되는데 맨얼굴도 보고, 잠버릇까지 볼 수 있어. 좀 과장하면 찜질방 코스를 통과해야 ‘내 남자’인 줄 알 수 있어.”(김)

○ 찜질방과 다이어트, 그리고 비키니

두 시간 뒤 참숯을 사용하는 지하 찜질방으로 옮겼다. 온도가 150도 가까운 고온 가마는 포기했다. 대신 100도 안팎의 중온 가마를 골라 들어갔다.

“내 다이어트 목표는 4kg이야. 지금 53kg(166cm)인데 40kg대로 줄여야지. 자기는?”(강)

“아슬아슬한 49kg(164cm). 2∼3kg은 줄여야 돼.”(김)

“정말,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말이 딱 맞아. 거기 뺄 살이 어디에 있다고?”(강)

“무슨 소리? 다리 살이 최고의 적이야. 올여름에는 비키니 몸매를 제대로 한번 보여 줘야 하는데.”(김)

“난, 뱃살. 여기 가린다며 얼마나 신경 많이 쓰는데. 치마를 입어 남들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돼. 하지만 이제 그것도 지겨워.”(강)

10분쯤 지났을까. 두 사람은 얼굴이 빨개진 ‘양머리’ 모양을 하고 나타났다. 수건을 양의 뿔처럼 만들어 머리에 쓴 찜질방 패션이다. 두 사람은 밖에 나온 것만으로 “시원하다”고 하더니 식혜와 맥반석 달걀을 찾았다.

“역시 이 맛이야. 화끈한 찜질과 편안한 피부 마사지, 그리고 톡톡 까먹는 달걀 맛이야말로 찜질방 최고의 앙상블이지.”(김)

“난 팥빙수야. 조심해. 수많은 찜질방 ‘고수 아줌마’들이 입만 열면 다이어트 얘기를 하면서도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땀 뺀 뒤 과도한 영양보충이야.”(강)

○ 지나친 애정표현은 꼴불견

“이렇게 보니 ‘슈가’의 황정음이다.”(강)

“그쪽은 금보라….”(김)

“그게 칭찬인가. 요즘 완전히 푼수 아줌마로 나오던데. 머리 길렀을 때는 정혜영 같다는 소리도 들었는데.”(강)

찜질방 예절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찜질방을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너무 편한 자세로 여기저기 누워 있는 거야. 공공장소인데 최소한의 예절도 안 지키는 것 같고. 젊은 커플들의 지나친 애정 표현도 많아.”(강)

“‘남친’이랑 오지만 그건 그래. 이곳에도 ‘신체 접촉이 지나쳐 적발되면 퇴장 조치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더라. 휴가 계획은 세웠어.”(김)

“1주일쯤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데.”(강)

“나도 그렇지만 어떻게 될지? 하지만 그와 함께 있는 찜질방 휴가라면 괜찮아.”(김)

“….”(강)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테마별 찜질방 가이드

○ 수질

‘해피데이 스파’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유황온천 찜질방이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알칼리성 유황온천은 신진대사 촉진, 신경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층 옥상에는 온천수를 이용한 기능성 풀과 정원으로 꾸며진 휴식 공간도 있다. 02-452-5656

‘지중해 건강랜드’(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는 사우나 한방탕으로 유명하다. 요일마다 인삼 당귀 대추 생강 등 십전대보탕의 재료가 되는 약재를 넣은 테마 탕을 운영하고 있다. 031-741-3838

○ 전망

‘몽고 맥반석 하림각’(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유리벽으로 20m의 인공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야외 잔디에서 일광욕도 즐길 수 있다. 02-396-8080

‘한독 스파밸리’(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옥상공원에서는 통나무 정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북한산과 도봉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02-971-7000

○ 몸짱

‘스포츠클럽 서울레저’(서울 송파구 오금동)는 6층 빌딩 전체에 스포츠레저 시설이 있다. 53타석 규모의 골프 연습장과 천연 잔디 퍼팅 연습장도 있다. 수영장은 25m의 7개 레인이 있다. 국제 공인 규격에 맞춘 스쿼시장도 3개가 있다. 02-404-7000

‘그린스파 불가마 사우나’(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는 요일별 무료 건강 강습으로 유명하다. 에어로빅(월), 덤벨 체조(수), 벨리댄스(금) 강좌를 열고 있다. 031-916-3863

○ 드라마 촬영지

서울 여의도 63빌딩 인근의 ‘우리들랜드’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연예인들도 자주 온다. 삼림욕방은 혼자서 쉴 수 있도록 원적외선이 나오는 토굴식 황토 칸막이를 설치했다. 02-6447-6262

‘춘천옥산가’(서울 강남구 도곡동)도 드라마와 정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500여 평에 이르는 산책로가 있고, 마사지를 잘하는 찜질방으로도 유명하다. 02-3463-1448

○ 별미

경기 포천시 소흘읍의 ‘동궁랜드’는 숯을 이용한 삼겹살 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웰빙 회식 장소로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야외에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1인분에 7000원. 031-541-1397

‘아미고 불 한증막 사우나’(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는 젊은이들을 위한 분식 코너로 유명하다. 양은냄비를 이용한 라면과 우동이 별미. 031-6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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