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미석]미술 시장이 ‘기관투자가’를 기다리는 이유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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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에서 열리는 ‘큰 그림 경매’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작가의 대작 70점을 판매하는 행사로 기업이나 단체, 미술관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특별경매란 점에서 그렇다.

이번 경매를 기획한 김순응 K옥션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사무실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수준을 판단한다고 말할 정도지만 국내 기업들의 미술품 구입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지난해 개정된 법인세법에 따라 미술품이 업무용 자산으로도 인정받는 만큼 기업의 작품 구입이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미술시장의 주요 컬렉터로 인정받는 기업이 많다. 미국의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도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올해 ‘포천 500대 기업’에서 153위를 차지했다. 원래 작은 자동차보험회사에서 이렇게 급성장한 데는 뜻밖에 미술품의 역할이 컸다. CEO였던 피터 루이스 씨가 회사를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미술품 구입에 눈을 돌렸던 것. 그는 일상에서 늘 접하는 미술품이 생각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1985년부터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새로운 사고를 키워 준다는 목표 아래 매년 젊고 혁신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했다. 20여 년 만에 소장품은 6000여 점으로 늘었고, 이 미술품들은 엄청난 자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원하는 작품을 골라 사무실에 걸어 놓도록 하자 창의력이 높아져 획기적인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게 되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미술품 소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미술시장에서는 개인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거래의 주류를 이룬다. 주거공간에 걸기 좋은 장식성 강한 소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규모가 큰 대작이나 실험성 강한 작품 등은 설 자리가 좁다.

미술계에서는 눈 밝은 기업들이 나서 다양하고 참신한 컬렉션을 해 주기를 고대한다. 해외에서도 앞서가는 기업들이 미술품 수집에 눈 돌리고 이를 활용해 기업 이미지와 홍보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기업 컬렉션의 활성화로 국내 미술시장이 도약하고, 기업들도 자산이 늘어나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해 본다.

고미석 문화부 차장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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