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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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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은 한 달 전 같이 ‘파티’를 맺고 지하 동굴에 들어갔던 사냥꾼. 귀한 아이템 하나를 먼저 가져갔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욕설을 하더니 나중에는 해킹 프로그램으로 캐릭터를 지워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집을 찾아와 복수하겠다는 말에 박 군은 게임중단을 결심했다.
유모(14·C여중 2학년) 양 또한 일주일 전 정성 들여 꾸미던 미니홈피를 닫았다. 방명록이나 게시판에 ‘교제 희망’ 등 짙은 성적 농담이 담긴 글이 자신의 이름으로 자꾸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진이 지워지거나 프로필에 낯 뜨거운 합성사진을 올려놓는 일도 있어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유 양은 미니홈피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청소년이 겪는 사이버 폭력은 극심하지만 인터넷 윤리는 낙제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KT문화재단이 3월 31일부터 4월 19일까지 중앙대 성동규(신문방송학) 교수에게 의뢰해 서울 및 6대 광역도시의 청소년 1500명과 학부모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모욕, 스토킹,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및 신상정보 유출 등 사이버 폭력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본 청소년이 87.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이버 폭력을 한 번이라도 가해 본 청소년은 71.1%로 특히 욕설과 비방 등 모욕의 경우 청소년의 62.7%가 가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사이버 폭력을 행하는 이유로는 보복이 31.2%로 가장 많았고 장난이 30.9%, 스트레스 해소도 18.4%나 돼 인터넷 윤리의 결여에 따른 ‘폭력의 재생산’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41.6%가 사이버 폭력을 행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처벌될 것이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28.1%에 그쳤다. 또 모욕과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보다 성폭력과 스토킹에 대한 죄책감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이버 공간에서 음란물을 쉽게 접하는 청소년의 일그러진 성의식을 보여 줬다.
|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 | |
| 한 가지 이상 피해 | 75.4% |
| 사이버 모욕 | 49.1% |
| 사이버 스토킹 | 62.0% |
| 사이버 명예훼손 | 14.0% |
| 사이버 성폭력 | 44.8% |
| 프라이버시 침해 | 14.4% |
| 자료: KT문화재단 | |
청소년의 32.4%가 사이버 명예훼손의 가해자를 친구로 꼽은 것도 특이한 현상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입히는 피해가 33%로 가장 많긴 하지만 미니홈피 등 인터넷상의 개인적인 공간이 많아지면서 친구에 의한 프라이버시 유출과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성 교수는 “서로 피해를 입히고 당하면서 폭력성을 즐기는 문화가 사이버 공간 속의 청소년들에게 만연해 있다”며 “폭력에 대한 불감증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이 학교나 가정에서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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