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서양 현대사의 블랙박스, 나치대학살’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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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현대사의 블랙박스, 나치대학살/최호근 지음/468쪽·2만 원·푸른역사

왜 지금 나치 대학살인가. 책을 접하자마자 떠오르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전신 화상이든 국부 화상이든 화상은 화상”이라고 대답한다. 우리의 현대사 역시 일제 침략기의 민간인 학살에서 1980년 봄 광주 학살에 이르기까지 학살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수 집단을 절멸시키려는 집단적 광기, 차이를 무가치한 결함으로 매도하는 독선과 아집이 없다면 학살은 일어나기 어렵다. 고려대 역사연구소 연구교수인 저자는 ‘학살의 원인’ ‘쉰들러 리스트는 있었는가’ 등 일곱 개의 장으로 정리해 유대인 대학살을 설명한다.

우리 현대사와 관련해서도 관심이 가는 부분은 나치의 박해에 대한 유대인들의 반응이다.

나치에 협력한 유대인은 독일이 패망한 뒤 살인에 공모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저자는 일괄적으로 그런 혐의를 씌우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역한 유대인의 과오에는 개별적 인성 못지않게 지역의 상황,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독일인 책임자의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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