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배신 있었기에 인간 구원”…‘유다복음’ 美서 공개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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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그를 배신한 가롯 유다와 관련된 기록인 ‘유다복음’이 6일 미국 워싱턴에서 공개된다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3일 보도했다.

1800∼1900년 전 쓰인 것으로 알려진 이 문서는 30년 전 이집트 골동품 시장에서 우연히 발견됐으며 현재 스위스 메세나 고미술재단이 소장하고 있다. 재단 측은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함께 곱트어로 된 유다복음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번역해 공개하려는 것이다. 공개될 26쪽 분량의 유다복음은 원래 그리스어로 된 것을 4세기경 이집트에서 사용된 곱트어로 번역해 파피루스에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다복음은 1∼2세기 구약에 나오는 하느님을 악마로 규정해 이단으로 몰린 영지주의(靈知主義·Gnosticism)의 한 분파인 ‘가인파(Cainites)’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마가, 누가, 마태 등의 정통 복음서와 내용이 판이하다.

특히 유다가 배신하지 않았다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인간을 모든 죄로부터 구원하려던 ‘신의 계획’이 이행되지 못했을 것이란 내용도 담겨 있다.

마가복음에는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뒤 자살한 것으로 돼 있지만 유다복음에는 유다가 예수의 용서를 받고 사막으로 고행을 떠난 것으로 묘사됐다.

또 예수가 유다에게 “너는 13번째 사도가 돼 오랫동안 저주를 받지만 결국 그들을 다스릴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기독교의 핵심 교리와 상반되는 대목도 있다.

가톨릭교회는 유다복음의 공개로 일반인들이 자칫 유다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유다복음이 책으로 나온다고 해서 교회가 유다를 복권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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