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출연자 ‘의석수 비례’에 크게 어긋나

  • 입력 2006년 3월 2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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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손석희는 이해찬 총리의 골프 파문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가?”(강경선·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청취자 게시판) “특정 정당의 정치 공세에 동조하는 듯한 방송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군요.”(김연호·KBS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 게시판) “방송에서는 특정 정당에 대해 도를 넘어서는 멘트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손성현·SBS ‘진중권의 SBS 전망대’ 게시판) 5·31지방선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KBS, MBC, SBS 지상파 3사 라디오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청취자들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며 제기한 의혹이다.》

실제로 3개 프로그램이 올해 1월부터 3월 28일까지 방송한 인터뷰 내용과 출연자를 분석한 결과 여당 소속 의원들의 출연 횟수가 야당에 비해 많게는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143명 대 126명이다.

내용에서도 여당과 야당을 다루는 데 차이가 드러났다. 3개 프로그램은 3월 주요 뉴스가 됐던 이 전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을 다루며 골프 파문에 대해서는 동반한 기업인의 주가 조작 등 구체적인 의혹 내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사퇴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다룬 반면 이 시장의 테니스 파문은 여당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방송심의규정 12조는 ‘정치 문제를 다룰 때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이나 입장에 편향돼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 특별 규정도 정치적 중립(제4조)과 공정성(제5조) 형평성(제6조) 조항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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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인영입니다’=14일 안경률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는 이 전 총리의 골프 파문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것은 개연성에 관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15일 김재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도 “주가 조작이라고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면… 검사 출신이시니 용어도 신중하게 써야겠죠?”라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임을 강조했다.

반면 23일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명박 시장의 테니스 파문과 관련해 여당과 민주노동당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21일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과의 문답에서는 “이 시장이 히딩크 감독하고 아들 사진 찍어서 신문 가십에 소개됐던 적이 있다”며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 시장의 과거 행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인영입니다’의 안정균 PD는 “정책 현안을 주로 다루다 보니 여당의 입장을 듣는 것이 중요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섭외가 어려워 여당 의원의 출연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진행자는 10일 안경률 의원과 총리의 사퇴 여부를 놓고 인터뷰하다가 갑자기 주제를 바꿔 골프 파문의 주역인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에게 안 의원이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진행자는 인터뷰 말미에 “결코 총리의 골프 파문에 대해 두둔하려고 질문드린 게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장의 테니스 파문이 터지자 21일 우원식 의원과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불러내 “여전히 남는 의혹은 무엇인가” “우선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얘기를 더 나눠 보자”며 이 시장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상세히 짚었다. 예정된 방송 시간을 넘겨 당초 잡혀 있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의 인터뷰는 다음 날로 연기했다.

진행자는 22일과 25일 홍 의원, 27일 이방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의 인터뷰에서도 “서울시장의 테니스 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해명 이후에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라며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 프로그램의 김도인 PD는 “골프 파문의 경우 총리를 대신해 사실 관계를 이야기할 인물을 섭외할 수가 없었다”며 “청취자의 입장에서 공세적 인터뷰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결코 편파 진행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진중권의 SBS 전망대’=진행자는 9일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여론을 보면, 아무래도 (여당이 주장하는) 지방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앙정권을 심판하자는 야당의 주장보다) 더 우세한 것 같다”며 여당에 기운 발언을 했다. 또 14일 손학규 경기도지사와의 인터뷰에서는 “손 지사님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첨단기술 쪽의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야말로 후기 경기도지사로서 적격이지 않을까요…? 반면에 김문수(한나라당) 의원 같은 경우 정치색이 강하지 않습니까?”라고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에 대한 진행자의 개인적 판단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23일에는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연해 “KOTRA에서 글로벌 경영하면서… 일등 그룹을 만들었다”며 출마 소견과 다름없는 발언을 했지만 진행자의 제지가 없었다.

남중권 PD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진중권 교수의 개인적 성향이 담긴 칼럼을 진행하는 코너가 있어 몇몇 청취자는 프로그램 전체가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받을지 모르겠다”며 “인터뷰 자체는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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