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나, 감독도 나…포토드라마 직접 제작 ‘밈프족’ 인기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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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도 없이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감동적이어서 눈물을 흘리다 그만 옆 남자의 손을 잡고 말았다. 그러자 그 남자, ‘오빠 나한테 관심 있어?’…” (포토 드라마 ‘이 죽일놈의 커플’) “맞다가 맞다가 맞다가 너 힘들 때 / 선생님의 회초리로 감각 없어질 때까지…” (뮤직비디오 ‘맞다가’)》

KBS2 ‘이 죽일 놈의 사랑’의 후속 작품? 아니면 ‘SG워너비’의 ‘살다가’ 뮤직비디오 패러디? 섣불리 예상해선 안 된다. 바로 누리꾼들이 자신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창작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다. 윤석호, 김종학 같은 유명 드라마 PD나 홍종호, 차은택 등의 인기 뮤직비디오 감독이 부럽지 않은 사람들. 바로 자신의 일상을 사진이나 동영상 드라마로 제작하는 ‘밈프(MIMP·Making myself In Motion-picture)’족이다.

●“내가 주인공” 인터넷 스타, MIMP족

전남 화순군의 화순고 3학년생 5명으로 이루어진 뮤직비디오 그룹 ‘썩은내’는 팬 카페 회원만 3000명이 넘는 인터넷 스타다. 지난해 말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에 공개된 뒤 인기를 얻자 이들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동방신기’의 히트곡 ‘허그’를 ‘헉’으로, ‘SS501’의 ‘스노우 프린스’를 ‘스노우 프랑스’ 등으로 고쳐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10대들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멤버 문성주(18) 군은 “고달픈 학교생활을 코믹하게 다뤄 또래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광희(26) 씨는 친구의 여자친구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을 ‘그녀의 운전면허증’이란 제목의 포토 드라마로 만들었다. 포토드라마란 사진, 카툰(Cartoon), 드라마를 결합한 장르로 20컷의 카툰 만화 형식에 그림 대신 사진을 이어붙이고 그 위에 말 풍선 등 다양한 만화 연출기법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 김 씨는 “만화 같은 설정이 많지만 실사(實寫) 이미지도 사용하다 보니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 보는 사람이 쉽게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김 씨의 친구들. 김 씨처럼 대본, 섭외, 촬영, 편집 등을 혼자서 맡는 것이 기본이다.

밈프족이 만드는 포토 드라마와 뮤직비디오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디시 인사이드’ ‘웃긴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 콘텐츠와 달리 일상이 소재로 이용돼 누리꾼들에게서 더 큰 지지를 얻는다. 치솟는 인기를 반영하듯 지난달 말에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TV 팟’이라는 뮤직비디오 고유 게시판이 생겼다. 현재 이곳에는 셀프 뮤직비디오가 하루 평균 300건 이상 게시된다. SK텔레콤도 2월부터 포토 드라마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 제작과 소비를 동시에

전문가들은 밈프족의 번성에 대해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사진, 영상 콘텐츠를 간편히 제작할 수 있어 전문적 생산자와 비전문적 소비자의 구분이 사라진 점 △일반인이 만든 콘텐츠가 아마추어라는 느낌보다는 친근감을 형성한다는 점 △자신의 이야기를 소통하고 공유하길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의 수평적 문화콘텐츠 확산심리 등을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보통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가 전문가들의 작품보다 비전문적이라고 단정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온라인상에서 일반인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문화가 축적해 성장한 만큼 인터넷뿐 아니라 다른 문화 영역에도 이런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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