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고 성숙하게’ 불렀죠…2년반 만에 돌아온 김경호

  • 입력 2006년 2월 14일 2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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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8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로커 김경호는 “30대 중반이 되고 보니 기교보다 공감이 우선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으로 9년 전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발표했을 때처럼 록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경호 엔터테인먼트
23일 8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로커 김경호는 “30대 중반이 되고 보니 기교보다 공감이 우선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으로 9년 전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발표했을 때처럼 록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경호 엔터테인먼트
정규앨범으로 2년 6개월 만의 컴백. 지난 앨범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단다. 10여 년간 피웠던 담배도 1년 전 끊었다.

12년간 ‘록 음악’밖에 모르고 살던 ‘록 바보’ 김경호(35). 23일 발매되는 그의 8집은 그가 받은 부담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됐다.

“7집은 전체적으로 빗나갔어요. 사람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 대중성 강한 노래를 불렀는데 어색했고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출연한 TV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경직됐죠.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은 걸 팬들도 눈치 챘는지 제게 가차 없이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2003년 말 설상가상으로 그는 ‘성대결절’ 판정을 받았다. 성대에 물혹이 생기고 목소리는 갈라졌다. ‘샤우팅 창법’ ‘시원한 고음 처리’…. 그에게 쏟아졌던 찬사는 홀연 ‘옛말’이 됐다. 8집을 만들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팬들은 제 목소리가 더 높이 올라가길 바라죠. 하지만 과거처럼 소리 지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돼 두려워졌죠. ‘차라리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더 높게, 더 강하게’가 아닌 ‘더 깊고 더 성숙하게’로요.”

그는 최대한 자신의 뜻이 담긴 음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작업하지 않은 어린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기용했고 힙합 뮤지션에게 찾아가 곡을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골수 메탈 마니아’를 자처하던 그는 분명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1980년대식 메탈 사운드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고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 버리는 것이 8집의 목표였습니다. 둔탁하고 굵어진 지금의 목소리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했어요. 9년전 히트곡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나 ‘금지된 사랑’ 같은 노래는 목소리가 청아하지만 감정은 들어있지 않는 듯해요.”

결심을 하고 나니 8집 작업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한 가지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앨범 제목도 ‘언리미티드’라고 붙였다. 4개월의 녹음 기간을 거쳐 완성된 8집은 ‘김경호 표’ 록 발라드와 J팝(일본팝), 기계음이 들어간 인더스트리얼 계열 등의 크로스오버적 시도가 섞여 있다. 슬프지만 절제하는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타이틀 곡 ‘사랑 그 시린 아픔으로’와 미국의 록 그룹 본 조비를 연상케 하는 록 발라드 ‘사랑했다고 믿을게’, ‘섬머 캔들’에서 그는 고음보다 감정 처리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런가 하면 “쉬는 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했다”는 하드코어 스타일의 ‘워리어’나 흥겨운 ‘수호천사’에서 그는 여전히 방방 뛰어다닌다.

여전히 그의 타이틀곡은 록 발라드. 많은 사람을 위해 만든 앨범이지만 ‘마지막 기도’ 등 그의 강렬한 음악을 좋아했던 골수팬들은 이 음반을 어떻게 평가할지 의문이다.

“제 음반 중 가장 강렬했다는 3, 4집이 일본의 한 메탈 전문지에서 평점 90점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록 발라드 위주의 다음 앨범은 각을 세우고 비판을 하더군요. 타이틀곡으로 앨범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 아닐까요? 록 발라드에 대한 집착도 없는데…. 중요한 건 음악은 혼자만 즐기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12년 전 “메탈 아니면 안 된다”며 음반사 오디션을 볼 때마다 고집을 부려 8번이나 떨어진 고집불통 로커는 이제 없다. 대신 그는 “힙합 음악에 밀린 록을 되살리기 위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록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김경호는 웃었다. 마치 히든카드를 숨겨 놓은 듯 당당한 이 로커, 진짜 록 바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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