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학자 파브르 증손, 한국서 무용극 초연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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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는 마치 나비와 같다. 너무 취약해서 깨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것이다. 아름답다고 만지면 상처를 입고 파괴된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다.”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벨기에의 전방위 예술가 얀 파브르(48·사진) 씨. 자신의 무용극 ‘눈물의 역사’ 한국 초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미의 수호자’라고 칭했다. 그는 사람 몸의 아름다움을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듯 몸의 기관 하나하나, 혈액의 흐름까지 탐구해 나가는 무용가다.

그는 10∼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무용극 ‘눈물의 역사’를 올린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돼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느끼는 고통과 환희를 땀, 눈물, 오줌 등과 같은 체액을 통해 표현한다. 수백 개의 투명한 유리 용기가 놓인 무대 위에 20여 명의 벌거벗은 무용수가 등장해 15분간 울어대는 것으로 시작해 시종 전라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는 이 작품을 둘러싼 숱한 논란에 대해 “어릴 적 부모님은 내가 팔꿈치에 상처를 입으면 ‘아침에 나오는 첫 오줌’을 바르도록 했다”며 체액이 생활과 얼마나 잇닿아 있는가를 강조했다.

“브뤼셀의 명물인 ‘오줌 누는 아이’ 동상을 보며 불쾌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흘리는 땀, 눈물, 피, 오줌 등 체액의 긍정적 의미를 되찾음으로써 우리의 인생을 더욱 깊이 이해하자는 것이 내 춤의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노출 논란’에 대해서도 “옷을 입고 있으면 인간의 땀이 보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파브르 씨는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1823∼1915)의 증손자. 비주얼 아티스트로 출발한 전방위 예술가이지만 생물학과 해부학, 생리학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곤충과 동물, 인간의 움직임을 비교 연구해 안무의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증조부가 지은 ‘곤충기’에 곤충의 행동을 관찰한 스케치가 있는데 안무를 구상할 때 그 그림들이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의 몸을 관찰해) 피부와 뼈대가 서로 대화를 나누게 하고, 인간에게 새로운 피부를 갖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나의 춤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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