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심야 쇼핑체험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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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쇼핑’ 하면 밀리오레나 두산타워가 떠오르지만 쇼핑의 고수들은 제일평화시장(제평) 등 도매 시장을 선호한다. 가격이 싼 데다 ‘밀라노나 파리 컬렉션에 나온 옷이 다음 날 제평에 걸린다’는 과장 섞인 소문이 나올 만큼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가 보면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에 디스플레이도 잘 안 돼 어디서 무엇을 사야 할지 난감하다. 이런 곳이야말로 고수의 안목이 빛나는 곳이다. 지난달 27일 새벽 스타일리스트 양희숙 씨와 함께 제평을 찾았다. 목표는 30만 원 이내에서 요즘부터 봄까지 입을 수 있는 ‘토털 룩’ 만들기. 양 씨는 배우 장진영 공효진의 스타일을 맡고 있다.》

○겨울옷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양 씨는 “제평에 오기 전 백화점이나 소매 상가에서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며 “비슷하거나 똑같은 것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경부터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열지만 굳이 새벽 시장을 찾은 이유는 도매 상인들이 많은 시간대여서 도매가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 도매가와 소매가는 차이가 크다.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기자가 미리 둘러보다 점찍은 시폰 원피스는 6만 원이었지만 나중에 이곳을 오래 드나든 양 씨와 갔을 때는 3만8000원으로 내려갔다.

2만5000원을 ‘이오’, 영수증을 ‘장끼’라고 부르는 등 ‘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하는 게 도매의 특징. 간혹 도매가를 물으면 ‘어디세요?’라고 되묻는데, ‘이대 앞 ○○ 이에요’라며 소매상인 행세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섣불리 흉내를 냈다가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능숙하지 않으면 솔직하게 조금 깎아달라고 하는 편이 낫다. 기자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1만 원으로 내걸었던 타임과 마크제이콥스 스타일의 원피스가 이곳에선 소매가로 각각 7만 원, 6만 원이었다. 소매가로 사도 싸다.

제평 지하는 가방 등 잡화류가 많고 1층과 2층은 숙녀복, 3층은 애버크롬비 스타일의 캐주얼 룩이 많다. 최근엔 겨울 옷 재고 정리를 위해 세일을 하고 있다. 코트는 10만 원 이내, 재킷은 5만 원 이내에서 살 수 있다. 봄 옷도 많다.

○니트 재킷 3만5000원

트렌디 스타일의 옷이 많은 2층부터 쇼핑을 시작했다. 79호에는 소재가 좋은 트레이닝복이 많았고 61호에서는 연예인도 샀다는 화이트 니트 재킷이 3만5000원이었다. 양 씨의 추천으로 63호에서 롱니트를 1만 원에 샀고 64호에서는 롱벨벳잠바를 구입했다. 청바지나 시폰 원피스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조언 때문. 올해 봄 트렌드인 꽃무늬의 시폰 원피스도 골랐다. 스키니 진에 입어도 좋을 아이템이다.

10호에는 요즘 뜬다는 브랜드 리버 아일랜드의 청미니스커트가 있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지만 방금 산 벨벳잠바와 같이 입으면 좋겠다는 말에 또 구입. 3층 98호에는 빈티지 느낌이 물씬 나는 남성용 티셔츠, 101호에는 레이어드로 입을 수 있는 편안한 면 티셔츠가 많았고 50호에서는 질감이 좋은 민소매 셔츠를 볼 수 있었다. 13호에는 애버크롬비 스타일의 트레이닝복이 많았다.

지하로 내려가 가방을 골랐다. 보테가 베네타를 모방한 가죽 가방이 3만3000원. 고민하다가 멀버리 베이스워터 백과 비슷한 디자인의 하늘색 가방을 구입했다. 제평을 나와 누존 지하 2층에도 들렀다. 이곳에는 특이한 수입제품이 많다. 702호 블링블링은 잡지에 여러 번 나온 가게. 연예인 단골이 많다. 이곳에서 블랙 반짝이 민소매 톱과 화이트 레이스 카디건을 건졌다. 나오는 길에 노점에서 블랙의 플랫 슈즈를 2만 원에 구입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3시가 넘었다.


○20만 원대로 3가지 코디

옷을 사는 데 든 비용은 12만5000원. 가방과 신발이 11만5000원으로 모두 24만 원을 썼다. 모두 도매가로 구입해 비용이 적게 들었다. 구입한 것을 양 씨의 조언에 따라 스타일링했다.

이날 양 씨는 수입 브랜드의 블랙 터틀넥 스웨터에 동대문에서 1만5000원에 샀다는 화이트 면 원피스를 입고 레깅스를 신었으며 안에 모피가 달린 블랙의 롱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고가와 초저가, 각종 다양한 소재를 ‘믹스 앤 매치’한 것. 그는 “이곳에서 산 것들을 누구나 갖고있는 청바지와 화이트 티셔츠, 블랙 터틀넥과 조합하면 스타일을 무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벨벳잠바에는 검정 터틀넥에 반짝이 민소매 톱이나 화이트 카디건을 입고 청스커트를 입으면 된다. 레깅스에 플랫 슈즈로 마무리. 양 씨는 “여기에 블루나 골드 실버의 튀는 머플러를 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1만 원짜리 롱카디건에는 평소 입던 청바지와 화이트 티셔츠를 입고 구입한 하늘색 가방을 들기로 했다. 롱 카디건 안에는 레이스 카디건을 겹쳐 입는다.

시폰 원피스는 평범한 화이트 티셔츠 위에 입은 뒤 레깅스, 플랫 슈즈를 신으면 할리우드 패션 아이콘 커스틴 던스트처럼 편안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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