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춘문예]문학평론 당선작 ‘삼계화택에서…’ 당선소감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10년 동안 문학에 목을 매달았으니 죽을 고비도 없지 않았다. 삶이 극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아래 자행된 연기(演技)의 치졸함이 부끄러워지고 열정의 근원이 허영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무렵, 마침 들려오는 풍문은 휘청거리는 발걸음에 아예 태클을 걸었다. 키도 다 크기 전에 마법을 걸어왔던 세계 명작 전집, 한국 대하소설들, 도스토예프스키와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를 모두 원망하고 있었을 때, 나를 구원해 준 이는 고마운 이웃들이었다. 현경 언니, 영애 언니, 재림 언니, 연진이, 소현이는 풍문의 근거 없음을 일러 주었고, 내 절망이 게으름에 대한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며 질책해 주었다. 그들이 옳았다. 나는 비겁했고 무능했다. 시지프스를 흉내 낼 각오를 다지던 내게 이 소식은 사실 때 이른 낭보다. 훌륭하신 분들을 두고 먼저 호명된 이 행운 앞에서, 나는 한없이 송구스러워진다.

좌충우돌하고 황당무계한 제자를 은은한 사랑으로 지켜봐 주신 지도 교수님과 윤석달 선생님, 고려대의 은사님들께 감사드린다. 부족한 글을 고심하며 읽어 주신 조남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책 없던 문청 시절 서로를 키웠던 고대 문학회의 재주 많던 친구들에게 그립고 미안한, 애잔한 마음을 전한다. 나는 순전히 그들보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문학의 언저리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을 뿐이다. 사랑과 이해로 보살펴 주신 할아버지, 어머니, 두 동생과 올케들에게 감사한다.

박수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