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내 이름은 산타… ‘산타클로스 자서전’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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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클로스 자서전/제프 긴 지음·노은정 옮김/412쪽·1만3500원·사이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 예수라면 크리스마스이브의 주인공은 산타클로스다. 산타가 어떻게 크리스마스이브의 주인공이 됐을까.

미국 텍사스 주 지방신문의 도서담당 편집자인 저자는 북극으로 초청을 받아 산타클로스에게서 이를 직접 들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그러면서 산타의 1인칭 시점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포스트모던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산타클로스 이야기의 실제 모델인 소아시아 리키아(현재 터키의 영토)의 주교 니콜라스(280∼343)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 니콜라스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에 태어나 주교가 됐으며 밤에 가난한 집에 몰래 들어가 양말에 돈을 넣어 주거나 필요한 물건을 놓고 오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풀었다. 그는 훗날 성인으로 추대됐으며 그가 숨을 거둔 12월 6일은 성 니콜라스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 허구를 버무린다. 저자는 이날 니콜라스가 죽은 게 아니라 영생을 얻어 기독교 세계를 방랑하며 주로 어린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선물해 주는 선행을 계속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산타클로스의 아내 라일라와 충복 펠릭스 같은 허구의 인물도 등장하지만 역사적 실존인물이 함께 등장하면서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의 역사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12월 25일은 예수의 실제 생일이 아니라 로마의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빛의 신인 미트라의 탄생 기념 축일로 삼았던 날이다. 이를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바꾼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1038년 이후 영국인들이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으로 ‘크라이스테스 매세’나 ‘크라이스츠 매스’로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

산타는 파더 크리스마스(영국), 페르 노엘(프랑스), 베파나(이탈리아), 크리스 크링글(독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산타클로스라는 이름과 구체적 이미지를 부여한 곳은 초기에 그를 고집스럽게 배척했던 신대륙 미국이었다. 훗날 네덜란드계 주민들이 ‘세인트 니콜라스’라고 영어로 전한 말이 영국계 주민들에게 와전돼 산타클로스로 정착된 것이다.

초기 영국 청교도 정착민들은 크리스마스를 이교도적 풍습이라고 금지했다. 반면 네덜란드 정착민들은 이 풍습을 지켜 왔다.

산타가 하늘을 나는 썰매를 탄다는 것은 1809년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니커버커’라는 책에서, 순록이 그 썰매를 끈다는 것은 1822년 역시 미국 작가 클레멘트 무어가 발표한 ‘니콜라스 성자의 방문’이라는 시에서 비롯했다.

산타의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가 의도적으로 흐린 부분도 있다. 산타의 옷 색깔은 원래는 초록색과 파란색이었으나 코카콜라의 모델로 쓰이면서 그 로고의 색깔에 맞춰 붉은색과 흰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업적 요소의 개입이 싫었는지 저자는 이를 얼버무리며 넘어간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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