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으로 한 뮤지컬…‘무비컬’ ‘빌리 엘리어트’등 인기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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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강동영 기자
그래픽 강동영 기자

17일 오후 2시 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공연 중인 영국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

낮 공연임에도 빈자리 하나 없이 관객으로 빽빽이 들어차 “요즘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이라는 평을 실감케 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춤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탄광촌의 한 소년이 런던 로열 발레학교에 진학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동명의 영화가 원작.

영화의 마지막 장면(성인이 된 빌리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추는 부분)은 뮤지컬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어린 빌리가 발레리노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백조의 호수’의 선율에 맞춰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미래의 자신과 2인무를 추는 장면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런던 발레학교 입학을 위한 오디션 장면. 빌리는 춤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짜릿함(electricity)’이라는 노래에 맞춰 온몸으로 펼쳐 보인다. 이 장면에서 12세의 아역 배우가 쉬지 않고 연속해서 20번의 푸에테(회전) 동작으로 마무리하자 극장은 온통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2시간 40분간의 감동의 드라마가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영화와는 다른 감동의 세계였다.

○ ‘슈렉’도 ‘가위손’도… 브로드웨이로 ‘go’

‘빌리 엘리어트’ 외에 요즘 웨스트엔드를 휩쓸고 있는 인기 뮤지컬은 ‘프로듀서스’와 가족 뮤지컬 ‘메리 포핀스’. 세 작품의 공통점은 각각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22일부터 ‘가위손’도 합세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을 남성 무용수들이 ‘백조의 호수’를 추도록 했던 역발상의 안무가 매튜 본이 댄스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미국 브로드웨이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뉴욕타임스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20여 편 중 절반 가까이가 영화에 뿌리를 둔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토니상 주요 부문 수상작들인 ‘몬티 파이톤의 스패멀랏’과 ‘더럽고 비열한 사기꾼들’도 모두 영화가 원작. 2002년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며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헤어 스프레이’도 마찬가지다.

다음 달 1일 막을 올리는 ‘컬러 퍼플’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로 먼저 알려진 작품이며 3부작 영화를 압축한 뮤지컬 ‘반지의 제왕’은 내년 2월 캐나다에서 초연된 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로 진출한다.

내년 3월에는 ‘레스타트’(영화 제목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비롯해 ‘타잔’ ‘웨딩 싱어’ 등 신작 무비컬이 줄줄이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리며 ‘금발이 너무해’ ‘캐치 미 이프 유 캔’ ‘슈렉’ 등 2000년대 이후 최신 영화들도 뮤지컬화가 검토되고 있다.

○ 왜 ‘무비컬’인가

‘무비컬’이 부상한 것은 2000년 이후. 1990년대 중반 디즈니가 영화 콘텐츠인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을 뮤지컬로 만들어 3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을 거두자 여기에 자극 받은 다른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이 앞 다투어 공연 시장에 진출하면서부터다.

영화사 드림웍스를 비롯해 유니버설의 계열 영화사인 워킹타이틀도 뮤지컬 제작에 나섰고 MGM과 워너브러더스는 아예 ‘MGM 온 스테이지’, ‘워너 브러더스 시어터 벤처’라는 뮤지컬 전담 회사를 각각 설립했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뮤지컬 스토리’ 저자) 씨는 “영화 제작자가 뮤지컬을 만들 경우 이미 갖고 있는 콘텐츠(영화)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뮤지컬 제작의 핵심인 완성된 대본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며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은 초기 홍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옛날 영화보다는 되도록이면 관객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최근 영화를 무대로 옮기는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비컬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조 씨는 “이미 존재하는 대본이나 음악을 사용하다 보니 뮤지컬 전문 대본 작가나 음악가 등이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공연 전문 인력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의 ‘무비컬’… 20억 대작 ‘댄서의 순정’도 작업 중

국내에서도 창작 뮤지컬이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무비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뮤지컬로 만든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최인호 원작의 영화 ‘겨울 나그네’가 대표적인 예.

내년에는 장진영 엄정화가 주연했던 영화 ‘싱글즈’가 뮤지컬로 선보인다. ‘싱글즈’는 현재 캐스팅 작업 중. 문근영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댄서의 순정’도 20억∼25억 원 규모의 뮤지컬로 만들어질 예정으로 현재 대본 각색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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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무비컬이란:

‘무비컬’은 ‘무비(Movie)’와 ‘뮤지컬(Musical)’을 합친 신조어.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뜻한다. ‘뮤지컬의 메카’로 통하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최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뚜렷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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