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난 안울어! 아이들은 아플때 크는 거래… ‘별’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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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윤학 글·박진호 그림/135쪽·7800원·아이들판(초등 3∼5년)

“아빠가 그러던데… 아이들은 한 번씩 아플 때마다 크지만, 어른들은 한 번씩 아플 때마다 늙어 가는 거래.”

주인공 성호는 자기가 말한 대로 아파하면서 어른이 된다. 장편동화 ‘별’을 쓴 이윤학(40) 씨는 ‘먼지의 집’ ‘나를 위해 울어 주는 버드나무’ 등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다. 학원 강사이기도 한 그는 하루에 학원을 두서너 곳이나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머리는 점점 커지는데 가슴은 텅 비게 키우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서 동화를 썼다고 한다.

성호는 목수인 필수 아저씨의 아들이다. 성호는 단짝인 진원이와 함께 뛰어다니면서 개구리 알을 채집하고, 딱지치기를 하고, 처마 밑에서 새끼 제비를 꺼내 본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를, 저자의 기억에서 길어 올린 정겨운 풍경들이 동화 곳곳에 등장한다.

아이들의 재미난 장난에 웃음이 나온다. 성호와 진원이는 필수 아저씨를 괴롭히는 파출소장의 음료수에 몰래 두꺼비 알을 넣고, 진돗개를 시집보내겠다며 강아지 얼굴에 립스틱을 칠하고 눈썹을 그려 준다.

이 책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고운 문장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필수 아저씨가 물건을 만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마음속에 소리의 집이 들어섭니다. 마음속에 나무 향기가 밀려옵니다. 나무 무늬가 그려집니다” 같은 문장은 저자가 언어를 세심하게 다루는 시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동화에는 이렇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많은 일을 겪으면서 자라는 과정이 담겼다. 필수 아저씨는 파출소장이 자꾸 물건을 갖고 가면서 돈은 내지 않자, 참다 참다 결국 싸우게 된다. 성호 엄마는 처음으로 수박 장사를 나갔다가 사기를 당한다. 필수 아저씨는 일하러 나갔다가 덤프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난다.

저자의 눈으로 보기에 아이들의 조그만 어깨에 얹힌 세상의 짐은 무겁고 가혹하다. 성호는 아버지를 잃고 커다란 아픔을 겪으면서 확 커 버린다. 하늘에 박힌 별이 빛나는 것처럼 진원이의 가슴에도 필수 아저씨의 추억이 박혀서 별처럼 빛난다.

밤하늘의 별이 아니라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 저자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늘 밝고 아름다운 곳은 아니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그 마음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별이 되어 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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