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프라하의 연인들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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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프라하가 아닐까. 다양한 양식의 중세 건축물과 빨간 뾰족 지붕 일색인 독특한 거리, 창문 틈새마다 꽃으로 장식된 거리 곳곳에서 악사들이 빚어내는 경쾌한 음악과 감미로운 재즈 선율, 프라하 성과 어우러진 블타바 강의 환상적인 야경과 전망 좋은 노천 카페들. 프라하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다.

SBS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배경이 됐던 이 도시에 오면 없던 사랑도 마술처럼 생겨날 것 같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환경이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을 로맨티스트로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프라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작품은 연인들이다. 도시 어디에든, 다정한 연인들로 가득하다. 곳곳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길을 걷다가도 수시로 포옹하거나 입을 맞추기도 하며, 아예 잔디밭에 누워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도 많다. 노부부들도 따로 다니지 않고 손을 잡거나 서로 감싸 안고 걷는다. 필자를 비롯해 이곳을 찾은 동양인들은 ‘프라하의 연인’들이 자아내는 사랑의 풍경에 머쓱해지기도 한다. 그들의 눈에는 필자가 더 비교될까. 최근 10여 일간 구석구석 누빈 프라하를 소개한다.

프라하 성에서 블타바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 이곳에는 언제나 거리의 악사와 젊은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펼친다.

○ 바츨라프 광장과 구시가 광장

프라하 여행은 이곳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이곳은 ‘프라하의 봄’ ‘벨벳 혁명’ 등 체코 근현대사의 무대로 젊은이의 광장으로 통한다. 이곳은 화려한 것 같으면서도 요란하지 않아 이방인의 마음을 적당히 들뜨게 해 준다.

광장에는 독특한 설치미술작품이 있다. 승용차의 빈 껍데기만 이어 붙이거나 땅바닥에 거꾸로 처박힌 슈퍼맨 등이 있다. 옆에 ‘영웅에게도 때론 재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문구가 웃음을 자아낸다. 유리박스 안에 갇힌 나무나 벌거벗은 남자를 담은 청동 작품들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광장 중간의 건물 안에는 기마상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체코가 자유주의 국가로 바뀐 이후 젊은이들의 행태를 본 한 작가가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것을 풍자한 작품이다.

이 광장에서 하벨스카 거리를 지나면 구시가 광장이 나온다. 이곳은 11세기 이래 프라하 시민의 삶의 중심지로 종교개혁가 얀 후스의 화형 등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다. 광장 주변에는 구시청사, 틴성당 성 니콜라스 교회, 킨스키 궁전 등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건축물이 많다. 광장 가운데 후스의 동상은 만남의 장소. SBS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이 동상 밑을 ‘소원의 벽’이라 하여 소원을 비는 종이들이 붙어 있는 것으로 나왔으나 촬영을 위해 연출한 것이다.

천문시계로 유명한 구시청사 건물 앞은 매시 정각이 되면 관광객이 모여든다. 종소리와 함께 작은 창문이 열리면서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인형이 하나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11월 30일까지 보수 중이어서 이를 볼 수 없는데도 관광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자리에 모인다.

○ 카를 교와 프라하 성

구시가 광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를 교가 나온다. 1357년 건설된 이 다리의 길이는 520m. 다리 난간마다 조각상이 있어 전시회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각상마다 거미줄이 많지만 그대로 둔 것이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1683년 순교한 성 요한 네포무크 신부의 조각상이다. 조각상 밑의 손바닥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 덕분에 그 부분은 반질반질하다. 다리 위 풍경은 더욱 낭만적이다. 다리에는 젊은 예술가들과 악사, 포옹하는 연인들로 넘쳐 난다.

카를 교를 지나 10분 정도 걸어가면 프라하 성이 나온다. 9∼14세기에 완성된 이 성은 여러 개의 건물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 관저로 쓰이는 건물과 옛 왕들의 여름 별궁으로 사용된 벨베데르 궁전, 왕실정원, 성 비투스 성당 등 수많은 건물이 펼쳐져 있어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은 지나야 한다.

프라하 성의 하이라이트는 성 비투스 성당. 525년에 시작해 1000년 동안 만들어진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성당 내부 창문은 모두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다.

성 비투스 성당 뒤편의 황금소로는 프라하에서 가장 예쁘고 작은 거리로 이름난 곳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20여 채의 앙증맞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머물렀던 작업실도 있다.

○ 프라하에선 꼭 이것을

구시가 광장 한복판에 있는 얀 후스 동상(위)과 프라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수시로 볼 수 있는 퍼포먼스.

▽돈조반니 인형극 관람하기=프라하 곳곳에 인형극 극장이 있다. 극의 소재는 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속 주인공인 돈조반니. 인형이 크고 음향 시설도 좋은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에서 보는 게 좋다. 인형을 움직이는 손놀림이 섬세하고 정교해 사람들이 오페라 공연을 펼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프라하의 밤, 블타바 강변 걷기=프라하의 아름다움은 밤이 깊을수록 빛난다. 어둠이 밀려오면 프라하 성을 밝히는 조명등이 켜지고 블타바 강 위엔 재즈보트, 디스코 보트, 클래식 보트가 다른 음색을 뽐내며 강물을 누빈다.

▽체코 맥주 마시기=맥주 하면 독일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체코인(1인당 하루 1L)이다. 이른 아침부터 맥주를 음료처럼 마신다. 체코의 대표 맥주는 필스너와 부드바이저다. 부드바이저는 미국 회사를 상대로 로열티를 받고 판매한다.

○ 주의하세요

치안 상황은 좋으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한적한 골목길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여권과 지갑을 보여 달라는 경우가 있는데 못 알아듣는 척하며 빠져나오는 게 좋다. 광장에선 장애인인 척하며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지하철은 물론 레스토랑에서도 돈을 내야 하므로 동전은 필수. 음식을 시키면 주문하지 않은 빵이나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공짜가 아니다. 나중에 계산서에 포함된다.

○ 여행 정보

항공편은 대한항공 직항(1주일에 3회) 10시간. 비자는 필요없다. 한인 민박집도 있다. 프라하하우스(www.prahahouse.com.ne.kr), 바나바하우스(www.prahaminbak.com)

글=최미선(여행플래너) tigerlion@hanmail.net

사진=신석교(프리랜서 사진작가) kyo640@naver.com



▼프라하 인근 명소▼


○카를로비바리=14세기에 개방된 온천 도시. 영화 ‘프라하의 봄’에서 테레사(쥘리에트 비노슈)의 고향이자 토머스(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처음 만난 곳이다. 탄산, 염수, 알칼리 성분이 풍부해 소화기 계통 질환에 효과가 뛰어나다. 괴테, 베토벤이 요양했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온천수를 마신다. 관광객들은 컵을 들고 다니면서 군데군데 있는 온천수 수도에서 물을 받아 마신다. 마을 한복판을 따라 흐르는 강물에서 김이 폴폴 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산악전차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마을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라하 플로렌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 2시간 15분 소요.


○카를슈테인 성=1375년 카를 4세가 세운 성으로 왕의 휘장, 보석, 유물을 보관한 ‘보물의 성’이자 역대 왕들이 여름 궁전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보물창고답게 가파른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졌다. 성 내부는 관람권을 사서 가이드와 함께 가야 볼 수 있다. 안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는데 방마다 가이드가 관광객을 모두 들어오게 한 뒤 문을 잠그고 설명한다. 보물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다. 왕이 머물던 ‘황제의 방’ ‘왕의 게임방’ ‘귀빈실’ 등이 볼 만하다. 화장실 밑바닥이 뚫려 있어 오물이 성 바깥 어딘가에 떨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 45분 소요. 월요일 쉼.


○텔츠

13세기에 조성된 매력적인 도시.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곳이다. 가운데에는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고, 가장 자리에 르네상스 양식의 성들과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어 마치 잘 꾸며진 세트장 같다. 건물마다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는 점도 이채롭다. 마을 안팎을 휘감는 호수 곳곳에는 돌다리와 나무다리가 놓여 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이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플로렌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 2시간 20분 소요.


○쿠트나호라

10세기경에 조성된 곳으로 은광맥이 발견되면서 13∼14세기 보헤미아 지방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작고 한적하지만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성당, 돌담과 돌계단이 어우러진 골목길에선 중세 시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4만 명에 이르는 사람의 뼈로 장식된 납골당도 있다. 14∼15세기 초 페스트와 후스전쟁으로 수만 명이 매장된 뒤 1511년 수도사가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 계단을 내려서면 양편에 뼈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형태의 탑이 있고 중앙 천장에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뼈를 이용한 대형 샹들리에가 있다. 플로렌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 1시간 20분 소요.


○체스키크룸로프

16세기에 형성된 도시로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구불구불 흐르는 강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길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 건물이 들어서 있어 동화 속 마을같다. 6월 한달 동안 축제가 열리는데 주민들이 르네상스 시대 의상을 입고 모의 결투나 거리 공연 등을 펼친다. 중세시대 영주가 기거하던 성은 마을 위 가파른 절벽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성은 프라하 성에 이어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크다. 여행지의 하이라이트는 ‘영주의 정원’이라 불리는 제4정원이다. 영주만이 거닐 수 있었던 제4정원은 마을 전체 크게와 맞먹을 만큼 넓다. 플로렌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 3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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