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윤인숙씨, 윤이상 10주기 음악제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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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윤이상 선생(왼쪽)과 함께한 윤인숙 씨.
생전의 윤이상 선생(왼쪽)과 함께한 윤인숙 씨.
“아직도 꿈속에서 선생님을 뵙니다. 몸으로 분단의 아픔을 겪으신 선생께서 뭔가 가슴에 묻고 계신 것이 많구나 생각했어요. 그 영혼이라도 위로하고 싶어 음악회를 열게 됐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10주기를 맞아 제자인 소프라노 윤인숙(단국대 초빙교수) 씨가 추모음악제를 연다. 11일 오후 7시 반, 2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장충동 경동교회 여해문화공간.

윤 씨는 성악 분야에서 윤이상의 처음이자 마지막 제자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공부하던 1979년 처음 윤이상을 만난 이후 1995년 베를린에서 스승이 숨을 거둘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윤 씨는 독일 유학 중이던 1979년 학교에서 주최한 독일 현대음악제에서 윤이상의 ‘가곡’을 부른 인연으로 그의 제자가 됐다. 당시 주독 한국대사관은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던 윤이상의 곡이라는 이유를 들어 윤 씨의 무대 출연을 막으려 했다.

“아름다운 우리 시조에 곡을 붙인 그 노래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사상이 문제가 된다면, 같은 공산권 출신인 쇼팽이나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은 얼마든지 연주하면서 왜 윤이상은 안 된다는 거냐고 따졌지요.”

결국 윤 씨는 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했던 그는 당국으로부터 출국금지조치를 받았다. 졸업도 못한 상황에서 독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는 뒤늦게 독일로 돌아가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추모음악제는 11월 10일 부산 동아대, 17일 단국대에서도 열린다. 02-335-166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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