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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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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벽,피)(임금 벽)은 원래 大(벽,피)(대벽·사형)에서처럼 형벌 칼(辛)로 살점을 도려낸 모습을 형상했으며, 그러한 형벌의 집행권을 가진 최고 실력자인 ‘임금’이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그리고 妾(첩 첩)은 형벌 칼로 문신 새김을 당한 여자(女·여) 노예를, 童(아이 동)은 형벌 칼로 눈(目·목)을 자해 당한 노예로 쓸 사내를 말했는데, ‘첩’과 ‘아이’로 의미가 변했다.
또 x(허물 죄, 罪의 본래 글자)는 칼(辛)로 코(自·자, 鼻의 원래 글자)를 베어 냄으로부터 ‘죄’의 의미를 그렸고, 辣(매울 랄)은 칼로 도려내고(辛) 칼로 찌르는(剌·랄) 듯한 ‘아픔’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辭(말 사)는 송사를 벌일 때 하는 말로부터 진실보다 과장되고 수식된 말(言辭·언사)을 뜻하게 되었는데, 辛을 뺀 왼편은 두 손으로 엉킨 실을 푸는 모습이다. 그래서 辭는 형벌 칼(辛)로 다스려야 할 만큼 복잡한 다툼에 등장하는 ‘말’을 지칭한다. 辭의 辛은 司(맡을 사)로 바꾸어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말’을 판단하고 관리한다(司)는 뜻을 반영했다.
나머지, 辦(힘쓸 판), 辨(분별할 변), 辯(말 잘할 변), 瓣(꽃잎 판), 변(땋을 변) 등은 모두 동일한 구조로 된 한자들로, 辛이 둘 모인 변(따질 변)과 중간의 力(힘 력), 刀(칼 도), 言(말씀 언), 瓜(오이 과), (멱,사)(가는 실 멱)으로 구성되었다.
변은 진실을 주장하는 죄인들을 옳고 그른 ‘두 쪽으로 나누다’는 뜻이다. 그래서 辦은 힘써(力) ‘노력함’을, 辨은 칼(刀)로 나누듯 ‘분별함’을, 辯은 말(言)로 분별해 ‘변호함’을, 瓣은 외꽃(瓜)처럼 갈라진 ‘꽃잎’을, 변은 실타래((멱,사))처럼 양쪽으로 ‘땋은 머리’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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