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58>辰(때 신·별 진)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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辰은 갑골문에서 왼쪽의 세모꼴은 대합조개의 껍데기이며 오른쪽은 내민 혀로, 땅 위를 기어가는 조개의 모습이라 한다. 하지만 이를 돌칼처럼 손에다 조개껍데기를 두 줄로 묶은 조개 칼로 보기도 하는데, 조개 칼은 익는 시기가 일정치 않은 기장이나 조를 수확하는 데 유용했을 것이다.

이처럼 辰은 ‘조개’가 원래 뜻이며, ‘조개 칼’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후 간지자의 하나로 가차되었고, 다시 시간을, 또 때를 알려주는 ‘별’이라는 뜻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러자 원래의 뜻은 蜃(대합조개 신)으로 분화했다.

농사 도구로서의 辰은 여러 한자에 남아 있다. 農(농사 농)은 원래 林(수풀 림)과 辰으로 이루어져, 조개 칼(辰)로 숲(林)의 풀을 베어 내고 짓는 ‘농사’를, 晨(새벽 신)은 조개 칼(辰)로 대표되는 농사일을 나갈 ‘새벽’ 시간(日·일)을 그렸다. 또 辱(욕볼 욕)은 조개 칼(辰)을 손(寸·촌)에 잡고 ‘김을 매는’ 모습이며, 그러한 일이 고되고 힘들어 ‘욕보다’는 뜻이 나왔다. 그러자 원래 의미는 (뇌,뢰)(쟁기 뢰)를 더한 누(김맬 누)로 분화했다. 여기서 파생된 욕(요 욕)은 잘라 낸(辱) 풀(艸·초)로 만든 ‘깔개’를, 褥(요 욕)은 짚이 아닌 베(衣·의)로 만든 ‘깔개’를 말한다.

나머지, 조개의 특징에 근거해 만든 글자로, 입(口·구)을 빼 닮은 조개(辰)의 모습에서 唇(脣·입술 순)이 만들어졌다. 또 조개는 꿈적도 하지 않다가 먹이를 포착하는 순간 갑자기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모래 먼지를 일으킨다. 이 인상적인 모습에서 震(벼락 진)이 만들어졌다. 비(雨·우)가 올 때 우레 소리를 내며 천지를 뒤엎을 듯한 기세의 ‘벼락’은 물 속에서의 조개의 격렬한 움직임이나 다름없다. 振(떨칠 진)은 그러한 振動(진동)을 말하며, 賑(구휼할 진)은 돈(貝·패)으로 활발하게(辰) ‘구제함’을 말한다.

또 단단한 조개껍데기는 더없이 튼튼하고 안전한 ‘집’의 상징이었기에, 宸(집 신)은 조개(辰)처럼 튼튼한 ‘큰 집’을, 娠(애 밸 신)은 아이를 가져 배가 조개처럼 불룩한 여인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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