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금품수수 죄송” 또 고개숙인 MBC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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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언론 등 각계에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홍모(64·구속) 씨가 국회의원에게 막내아들의 병역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홍 씨의 부탁을 받고 네팔의 인력송출업체 비리를 보도한 MBC는 21일 최문순(崔文洵)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관련자들을 대기발령했다.

▽정·관계 로비=홍 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일기에 밝힌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과 장영달(張永達) 의원 등 2명.

본보 취재결과 홍 씨의 일기에는 2003년 말경 이들에게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100여만 원을 전달하며 ‘아들 관련 전화를 부탁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장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다.

홍 씨는 비슷한 시기에 모 사단 대대장인 육군 중령 2명에게 9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들에겐 보직과 관련해 청탁을 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홍 씨의 막내아들은 2003년 말 10월 군에 입대해 현재 충남 계룡시에 있는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계룡대에서 복무 중이다.

이에 대해 김 부의장 측은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다”며 “홍 씨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장 의원 측도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혹시나 해서 후원금 계좌를 다 뒤졌지만 홍 씨의 이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달 14일 홍 씨가 검거될 당시 경찰서장인 김모 씨가 홍 씨와 승용차를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도피 과정에서 김 씨가 홍 씨를 도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MBC 청탁보도=경찰은 21일 MBC 카메라 보조요원 노모 씨를 불러 2003년 말 네팔 현지 취재 당시 홍 씨로부터 경비 일부를 지원받았는지를 조사했다.

홍 씨는 네팔에서 인력송출업체를 운영하는 A 씨에게 1억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A 씨의 경쟁업체인 M사의 비리를 폭로해 주도록 MBC에 부탁했다. MBC는 지난해 1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M사의 비리 내용을 방영했다.

A 씨는 경찰에서 “홍 씨가 MBC 사람들에게 접대해야 한다고 해 접대비와 네팔 현지 체류비 등의 명목으로 2700만 원 이상을 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MBC 기자 2명이 홍 씨에게서 서너 차례에 걸쳐 7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시인했다”며 “소환에 불응하는 이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에게 출석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는 이날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브로커와 어울리며 접대와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MBC는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적 책무가 필요한 언론 종사자가 브로커와 연계됐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경찰 수사와 관계없이 내부 조사에서 비위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일벌백계의 단호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MBC는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관련자 5명을 대기발령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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