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잘나가는 TV드라마가 욕설-선정성 더해”

  • 입력 2005년 7월 19일 03시 02분


부적절한 대사와 장면으로 문제가 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한 장면. 사진 제공 MBC
부적절한 대사와 장면으로 문제가 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한 장면. 사진 제공 MBC
온 가족이 모여 앉아 MBC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15세 이상 시청가)을 보고 있다. 재미있긴 한데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을 한 어른이 많다. 김삼순(김선아)의 욕설 연기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삼순이 언니(이아현)가 조리사 남자(권해효)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즐거웠다”며 수표를 남기는 장면에서는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사가 ‘프로그램 등급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드라마 대부분이 표시된 등급 이상으로 수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12월 26일 시행된 프로그램 등급제는 ‘모든 연령 시청 가’와 7세, 12세, 19세 4단계로 등급이 나눠진다(‘15세 이상 시청 가’는 방송 사업자가 임의로 추가 가능).

학부모정보감시단(단장 주혜경)이 18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요 드라마 18편을 모니터한 결과(6월 6∼20일) 시청 연령 등급 표시를 프로그램 시작 전 자막으로 밝힌 드라마는 9편(50%)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시청 연령 등급만 표시했을 뿐 지켜야 할 세부 사항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 감시단은 “오히려 등급제 연령을 방패삼아 등급 연령 수준 이상으로 폭력성, 선정성을 높여 놓은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감시단은 등급 이상의 언어 사용, 선정성 사례로 ‘내 이름은 김삼순’의 “개자식”, “우라질 ×”, “씨부렁대냐” 등 욕설과 소위 남녀의 ‘원 나이트 스탠드’를 암시하는 장면, “그 짓하고 싶겠어요”, “너무 오래 굶었어”(성적 암시) 등을 지적했다.

이 밖에 KBS1 ‘불멸의 이순신’(15세 이상)의 “문어 대가리놈들 머리통에 분노의 화살촉을 꽂으리라”, SBS ‘패션70s’(15세 이상) “만나 달라고 오줌을 질금 지리던 장안의 남자들” 등도 부적절한 사례로 꼽았다.

반면 예고편의 경우 등급을 알리는 사전 고지는 지난해 67%에서 90%로 높아졌고 프로그램 중간 10분마다 30초 이상 고지해야 하는 중간 고지 표시 의무도 11%에서 55%로 높아졌다. 하지만 중간 고지는 10분마다 30초를 고지해야 하지만 30초를 채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감시단은 “(드라마 속 언어가) 재미있고 시원하다는 이유로 거꾸로 멋지게 해석되고 있는 것은 건전한 사고의 마비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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