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71>마음-나쓰메 소세키

  • 입력 2005년 6월 2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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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心)’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쓴 일본 근대문학의 최대 정전(正典)이다. 소세키는 도쿄데이코쿠(東京帝國)대를 졸업하고 국비 유학생으로 2년간 영국 유학을 떠난다. 유럽권의 선진문명은 후진국 청년인 그에게 열등감과 고독감을 가져다주었고 이러한 고뇌가 ‘자기 본위’라는 문학사상을 형성하는 토대를 이룬다. 도쿄데이코쿠대 교수직을 버리고 전문 작가가 된 것이나, 일본정부가 주는 박사학위를 거부했다는 ‘나쓰메 신화’는 그의 약력을 말할 때마다 따라다닌다. 게다가 그는 1970년대까지 맥을 이은 다이쇼 교양주의라는 지식인 문화의 산파역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국 독자인 우리는 왜 그가 일본의 국민작가가 되었고 어떻게 이 작품이 그들의 정전이 되었는가 하는 점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즉, 소세키의 신화화와 ‘마음’의 정전화가 일본의 근대화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이 소설은 메이지 시대 말인 191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도쿄데이코쿠대 학생인 ‘내’가 서술하는 ‘선생님과 나’ ‘양친과 나’, 그리고 ‘나’에게 보내는 ‘선생님’의 서간체 서술인 ‘선생님과 유서’의 상중하로 구성된다. 재산가의 외아들로 태어난 ‘선생님’은 청년기에 부모를 잃고 숙부에게 유산마저 사기당하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지니게 된다. 자신은 그런 무리와 다르다고 생각하던 ‘선생님’은 그러나 뜻밖에도 자신 속에 내재된 추악한 이기심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하숙집 아가씨에 대한 사랑 때문에 친구 K와 경쟁한 끝에 결국 그를 자살로 내몰고만 것이다. 그러한 ‘선생님’의 그늘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사상에 감화된 ‘나’는 ‘선생님’의 내면세계를 더 알고 싶어 하지만 ‘선생님’의 수수께끼와 같은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고백의 모티브로 이루어진 ‘선생님과 유서’에서 그 전모가 드러나는 서술 장치가 이 소설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데, 금전관계에 얽힌 인간 불신이 봉건적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어떤 사유 체계를 부여하는가, 질투와 이기심으로 점철된 연애가 초래한 죄의식이 과연 근대적 주체의 성립을 보증하는가 하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한 ‘천황제’ 국가의 이데올로기 장치가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작가가 ‘사모님’에게 내면세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음’의 정전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발표 후 90여 년이 지나도록 일본 독자와 더불어 작가 평론가 연구자에게 지지를 받았기 때문인데, 이는 이 작품이 근대소설의 ‘규범’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갈등구조를 표출하는 장치로서 삼각관계의 연애에 담긴 남성중심주의적 근대, 당시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데이코쿠대 출신끼리의 지적인 교류, 거기에 개입되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회복의 이야기가 일본의 근대상을 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한편 ‘메이지 정신을 위해 순사(殉死)’한다는 ‘선생님’의 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메이지 일왕의 죽음과 그에 따른 노기 대장이라는 군인의 순사를 기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메이지 시대의 윤리와 가치로 근대 일본을 규정하였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신인섭 건국대교수 일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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