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미술관 전국에 몇 개?…韓 377 vs 日 4500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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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술 문화 종합박물관 ‘리쿼리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충북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술 문화 종합박물관 ‘리쿼리움’. 동아일보 자료 사진
뭔가를 모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박물관이나 미술관 설립 운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좋아서 시작한 일의 덫에 걸려 재정난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들도 많다.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 실태조사단(단장 경희대 최병식 교수)이 지난해 9월∼올해 4월 말 전국 곳곳을 다니며 조사한 박물관 실태 보고서에는 사재를 털어 운영하고 있는 사립 박물관 미술관들의 신음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실태=2004년 말 현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박물관과 미술관은 총 377개. 이중 기업(60), 종교단체(12)가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곳을 포함해 절반가량인 184개가 사립이다. 경기지역이 20개, 서울지역이 16개, 충청지역이 10개 순이었으며 나머지는 대도시보다는 산간벽지나 군 단위, 면 단위에 있었다.

사립미술관 중 개인이 운영하는 112곳의 소장품 수는 무려 1000만 점에 달하는 데다 연간 입장객 수도 300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학예사(큐레이터)는 1곳당 평균 1.27명에 그쳤다. 아예 학예사가 없는 곳도 30여 곳에 달했다.

또 상당수 박물관 미술관들이 운영비와 인건비 등 재정난 때문에 전시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중요 문화유산을 ‘단순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강원 강릉시의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박물관, 제주 서귀포시의 아프리카박물관,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짚풀 생활사 박물관, 경기 용인시의 등잔박물관 등은 국가가 방치하는 전문 분야의 소장품과 전시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최 교수는 “박물관 미술관 수는 한나라 문화수준의 척도”라며 “일본은 4500여 개, 독일은 5000여 개”라고 전했다. ▽박물관 개관을 위한 조언=상당수 운영자들은 일단 소장과 전시기능만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운영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나타났다.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최 교수는 “일단 인건비, 전기료, 수도료 같은 경상비용이 예상외로 많이 들기 때문에 설립 전에 반드시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고 아트 숍 운영, 입장료의 현실화를 포함한 수익사업 프로그램이나 후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17개 관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경우 종교박물관이라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월 5000원 기부를 하는 3000명 규모의 후원회와 100여 명이 참여 중인 자원봉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모범으로 꼽혔다.

최 교수는 “사립 박물관(미술관)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공립박물관에 못지않은 국가적 기여와 지역사회 공헌을 하고 있다”며 “개인이 재산을 털어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식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만큼 기부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등 개선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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