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배뱅이굿 70년’ 무대 앞둔 이은관 옹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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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70주년 기념공연을 갖는 무형문화재 배뱅이굿 보유자 이은관씨는 “적게 자주 먹고 몸을 적당히 움직이며 즐겁게 사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권주훈 기자
데뷔 70주년 기념공연을 갖는 무형문화재 배뱅이굿 보유자 이은관씨는 “적게 자주 먹고 몸을 적당히 움직이며 즐겁게 사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권주훈 기자
이은관(88·중요무형문화재 29호 배뱅이굿 보유자) 옹은 실제 나이보다 20년은 젊어 보였다. “이가 가장 말썽”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윗니 몇 대를 틀니로 대체한 것일 뿐 아랫니는 말짱했다.

“요즘도 일년이면 한달은 공연을 해요. 한창때는 한달에 열흘은 공연이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은 제자들 가르치죠.”

그는 7, 8일 오후 3시, 7시에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이은관 서도민요 70년-배뱅이굿과 그의 인생’ 공연을 갖는다. 1935년 열 여덟 살의 나이로 ‘철원극장 콩쿠르’에 일등으로 입상하면서 데뷔한 뒤 일흔 해가 흐른 것을 기념하는 무대다.

“어릴 적 쉰 가구가 사는 산속 마을에 축음기 있는 집이 우리 집 하나였지. 축음기판으로 혼자 소리를 익혔고 배뱅이굿도 라디오로 알게 됐어.”

콩쿠르 입상 이듬해 황해도 황주의 이인수 선생을 찾아가 배뱅이굿과 서도소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상사병을 앓다 죽은 처녀의 혼을 위로한다’는 내용의 배뱅이굿 특유의 해학과 맺고 끊음을 정확히 짚으며 청중을 휘어잡는 그의 ‘무대체질’ 덕에 배뱅이굿은 전 국민의 인기 레퍼토리가 됐다.

1957년에는 영화 ‘배뱅이굿’에 출연하면서 요즘말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발매해 6만장 판매기록을 세웠다. 최고가요 히트앨범도 1만장을 넘기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왔구나 왔소이다! 황천 갔던 배뱅이가…”라는 등장 부분은 1960년대 인기 코미디언 남보원 씨가 흉내 내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1부는 제자 20여명과 함께하는 ‘놀량’. 1950년대의 화려한 놀이문화를 설장구, 풍물, 부채춤 등으로 재현한다. 2부에서는 이 날의 주인공인 이 씨의 배뱅이굿과 그의 제자인 김뻑국 씨의 ‘해학타령’ 등이 펼쳐진다. 3부 ‘한마당공연’은 전 출연진이 함께하는 태평가와 사설난봉가로 끝맺는다. 02-511-6745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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