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에 전화하기’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 입력 2005년 4월 29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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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전화하기/강은교 지음/224쪽·8500원·문학세계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고형렬 지음·이혜주 그림/264쪽·9000원·보림출판사

두 중진 시인이 시를 어떻게 감상하고 즐길 것인가를 두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쓴 책들이다. 세상과 자연을 어떻게 들여다볼까, 내 마음의 풍경을 어떻게 깊은 울림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알려 주는 책들이기도 하다. ‘시에 전화하기’는 한국 현대시들에 대해,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는 중국 고대 시가집 ‘시경(詩經)’의 시편들에 대해 썼다.

‘시에 전화하기’는 저자가 곽재구 김기택 나희덕 등 여러 시인과 시에 대해 나눈 전화와 e메일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썼다. 이경림 시인의 ‘밤길’ 전문은 이렇다. ‘맞은편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그대 눈빛이/너무 환하다//중앙선이 보이질 않는다.’ 저자의 전화 질문에 대해 이 시인은 말한다. “습작기에 가방가게를 했는데, 새벽에 도매상에서 물건 사서 오는 길에 차 속에서 시를 쓰곤 했습니다. 제 시에는 가방과 택시 이야기가 많습니다.” ‘밤길’ 역시 마주 오던 차의 불빛 때문에 겪었던 아슬아슬한 순간을 담았다. 하지만 이 시는 생명선을 넘어서까지 거침없이 사랑을 내던지는 그대 눈빛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고형렬 시인은 ‘시경’을 늘 책상에 두고 즐겨 읽는다. 그는 “읽을 때마다 부드러운 바람이 가슴에 일렁인다”고 말한다. ‘시경’은 연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500년 세월을 살아낼 수 있었는지 모른다. 고 시인은 ‘시경’에서 “내 마음이 읽어 낸 것들”을 다감하게 소개한다.

“동녘의 달 같은/저 아름다운 여인이 우리 집 안에 와 있네./우리 집 안에 와서는, 내 뒤만 따라다니네.”(‘시경’의 ‘동녘의 해’)

저자는 ‘동녘의 해’를 괴테의 ‘산상(山上)에서’와 대비하면서 동서양의 시 정신을 비교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릴리여, 그대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이러한 경치가 어찌 기쁨을 주리요./그러나 릴리여 그대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도대체 무엇이 나의 행복이리까”(괴테의 ‘산상에서’)

저자는 “괴테에게는 아름다운 호수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앞선 존재였다”며 “하지만 ‘시경’은 그 아름다운 여인을 ‘동녘의 달’ 같다고 한다. 동양의 시 정신은 자연과 사랑하는 여인을 함께 담아내게끔 하는 것으로 괴테와는 다른 셈”이라고 말한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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