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57년 마오쩌둥 정풍운동

  • 입력 2005년 4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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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사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정풍(整風)운동’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사건도 드물리라.

“무엇이든 말하라. 말하는 자에게는 허물이 없고, 듣는 자는 그것을 교훈으로 삼는다.”

마오 주석이 1957년 4월 27일 발표한 ‘정풍운동에 관한 지시’의 한 대목이다. 국민에게 당 운영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공산당 정부가 어느 정도 비판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꼴이 됐다. 공산당 독재와 마오 신격화에 대한 비난이 가열되면서 지도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공산당은 곧바로 정풍운동의 방향을 바꿨다. ‘사상자유화 운동’으로 시작된 이 운동을 2, 3개월 만에 ‘반우파(反右派) 운동’으로 대치해버린 것. 정풍운동 초기 당 지도부의 장려 속에 기탄없이 불만과 비판을 털어놓았던 이들이 갑자기 숙청 대상으로 전락했다. 정풍운동의 여파로 투옥되거나 직위가 박탈된 중국인은 50여만 명에 이르렀다.

최근 공개된 공산당 내부문건을 보면, 당 지도부가 반동분자를 추려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정풍운동을 시작했다는 설이 제기됨 직하다. 당시 마오 주석은 측근에게 “우리는 뱀들을 소굴에서 나오도록 유인 중이야. 그러고 나서 그놈들을 모두 제거해버리는 거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뒤 중국에서는 최고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정도만 다를 뿐 한 차례씩 정풍운동의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비판과 이견을 허용할 경우 혁명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공산당 정부로 하여금 합리적인 논쟁보다는 외형적인 정치운동을 일으켜 이를 폭력적으로 통제하는 통치방식에 끊임없이 매달리게 했다.

“잘못된 이론과 정치적 여론을 처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그만 징후라도 강력하게 제압해 초기에 백지화시켜야 한다. 적은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음험한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중국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 4차 중앙위원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했던 비공개 연설문 일부다. 약 반 세기 전 무자비하게 우파 숙청에 나섰던 마오 주석의 연설을 듣는 듯하다.

아무리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해도 중국이 세계는 물론 아시아의 리더도 되기 힘들게 만드는 멍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공산당 정부의 기본자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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