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가상역사 21세기’…2011년, 복제인간 탄생했다

  • 입력 2005년 3월 4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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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만든 ‘캐나디안 애로’가 2003년 시험 발사되는 모습. ‘가상 역사 21세기’는 2033년에는 3000명 이상이 우주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며 항공료는 2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캐나다에서 만든 ‘캐나디안 애로’가 2003년 시험 발사되는 모습. ‘가상 역사 21세기’는 2033년에는 3000명 이상이 우주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며 항공료는 2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가상역사 21세기/마이클 화이트 등 지음·이순호 옮김/536쪽·1만4900원·책과함께

“영국 과학자 노스 브리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에 버금가는 업적을 과학사에 남겼다. 1997년 태어난 그는 형이 사고로 끔찍하게 숨진 것을 본 뒤 내성적으로 바뀌었다. 과학에 몰두했으며 케임브리지대 뉴캐빈디시 물리학연구소에서 만난 베서니 조던과 사랑을 나누면서 도약했다. 그는 아원자의 힘을 이용해 광속의 10분의 1 가까운 속력을 낼 수 있는 로켓 엔진의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나노의 정밀도를 갖춘 실제 엔진 개발이 관건이었는데, 스웨덴 기술진이 이를 성공시켰다. ‘노스 브리지 엔진’을 통한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영국 과학저술가 마이클 화이트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주임연구원 젠트리 리가 함께 쓴 이 책의 일부다. 프롤로그는 이 책이 2112년 3월에 씌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미래 시점에서 과거를 회고하는 스타일로 쓰인 ‘미래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잭 런던의 소설 ‘강철군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해나간 미래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 새로운 세계질서와 위기상황은 어떤 것일지를 담았다. 책에 제시된 미래의 연표는 대략 이렇다. ‘2011년 최초의 복제인간, 중국에서 탄생. 2019년 개인 유전자 자료 배부 자유화. 2020년부터 15년간 미국 증시 매년 11% 성장. 2022년 화성에서 화석 발견. 2023년 일본, 중국과 군사 협력. 2025년 컴퓨터 사라지고 유비쿼터스 실현 및 200종 이상 암 완전 예방. 2035년 자발적 안락사 합법화.’

하지만 2036년부터 21세기의 운명은 꺾이기 시작한다. 이해 6월 세계화에 반대하는 신세계복지연합이 보툴리누스균을 생산해 영국 웸블리 축구장에서 저지른 테러로 1만6000명 이상이 숨진다. 이미 연초 하루 6% 낙폭을 보였던 다우존스지수가 이 일로 대폭락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선 빈부격차가 더욱 커졌으며 8월 도시폭동이 일어난다. 앞서 2016년에는 인도 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까지 벌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대체적으로 21세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생명공학 치료와 가상세계가 이미 완성된 2099년에 열두 살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의사들이 진짜 칼을 써서 인체를 절개했다는 할머니 말은 믿을 수 없다. 할리우드 호러 가상세계를 체험하신 건가.”

글쓴이들이 가장 낙관적으로 본 것은 우주여행이다. 2080년대에는 우주엘리베이터가 건설됐다고 썼다. 탄소 나노튜브로 만든 길이 140km의 케이블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저궤도 소형우주선까지 연결한 최초의 우주엘리베이터가 이 무렵 세워졌다. 2095년 국제우주국에 따르면 힐튼 리츠 호텔을 포함한 플랫폼 14개가 지구 궤도에 세워졌다고 한다. 물론 그 케이블이 끊어져 지상에서 살던 10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글쎄, 20세기 초반에 과학 발전을 비관적으로 봤던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이 책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원제는 ‘A history of the twenty-first century(2005년)’.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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