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10년 후, 일본’…‘하이테크’에서 ‘하이터치’로

  • 입력 2005년 2월 25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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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의 악몽에서 벗어나 부활 중인 일본의 미래 경쟁력은 무엇일까. ‘10년 후, 일본’은 변화하는 일본경제의 비전과 과제에 대한 보고서다. 사진 제공 해냄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에서 벗어나 부활 중인 일본의 미래 경쟁력은 무엇일까. ‘10년 후, 일본’은 변화하는 일본경제의 비전과 과제에 대한 보고서다. 사진 제공 해냄
◇10년 후, 일본/다카하시 스스무 지음·김은하 옮김/280쪽·1만 원·해냄

지난해 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지난여름 한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공병호 박사의 ‘10년 후, 한국’의 닮은꼴이다. 그러나 두 책에 담긴 내용은 대조적이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연구소인 일본종합연구소의 다카하시 스스무(高橋進) 이사는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경제가 본격적 회복기에 접어든 이유를 분석하면서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키워드 50개를 소개한다.

그는 일본경제 부활이 정부의 경기부양책 같은 인공호흡이 아니라 민간이 오랜 기간 단련한 단전호흡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시장 확대가 가져 온 수출증대가 숨통을 터준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구조조정에 의한 체질개선이 바탕 됐기에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의 반짝 회복과는 달리 장기 성장세를 보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체질개선은 전통적 일본 경영시스템에서 영미식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아니다. 오히려 양자의 창조적 절충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저자는 세계화와 자유화에 맞춘 구조개혁을 계속하되 일본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상호 조정형 기술=일본 제조업을 되살린 상호 조정형(closed integral) 기술은 PC 조립처럼 단순조립형 기술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와 디지털 가전처럼 엄청난 개수의 부품을 밀도 높게 결합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장기고용제를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거래관계를 통해 축적될 수 있다.

▽제1인자 경영=일본기업은 구미(歐美)를 따라잡아 추월하자는 캐치업(catch up)형에서 스스로 새 분야를 창조하고 개척해 가는 제1인자(front runner)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라는 씨앗에서 제품을 만들어 이를 대량생산하는 시즈(seeds)형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고객의 잠재적 수요를 발굴해 내는 니즈(needs)형의 시대다. 시즈형이 기술 중시의 하이테크를 강조한다면 니즈형은 감각을 중시하는 하이터치를 강조한다.

▽슬로 소사이어티=고령화사회라는 일본의 부정적 이미지를 미래시장 지향적 개념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고도의 제조기술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결합시킨 의료산업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고부가가치산업을 개발하면 일본의 뒤를 좇아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디펜던트 컨트랙터=특정기업으로부터 일을 받아 자신이 가진 전문기능을 무기로 일을 하는 독립적 직업인을 뜻한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중년세대가 전문성을 살려 새 인사제도 구축, 기업회계 정비, 판매전략 재구축처럼 기업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근무형태가 늘고 있다. 이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의 복권’이라는 사회현상을 낳고 있다.

▽범위의 경제=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는 소비자의 확대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하드웨어 기술을 발전시키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렇게 발전된 하드웨어 기술을 농업 의료 환경 등의 분야에 접목시키고 기업의 활동범위를 조절하는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 개념이 강조된다. 원제는 ‘10年 後, 日本’(2004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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