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톱스타, 대박 PD 뭉쳤는데 시청률 ‘미끌’, 왜?

  • 입력 2005년 1월 2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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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드라마 ‘올인’(2003년)의 유철용 PD가 연출하고 권상우 김희선이 주연을 맡은 MBC 수목 드라마 ‘슬픈 연가’.

‘멜로의 귀재’ 이창순 PD 연출에 김하늘 이동건 주연의 SBS 수목 드라마 ‘유리화’. ‘호텔리어’(2001년)의 장용우 PD가 연출하고 이효리가 나오는 SBS 월화 드라마 ‘세잎 클로버’.

스타 PD와 캐스팅 0순위의 연기자를 동원하고도 시청률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멜로드라마들이다.

‘세잎 클로버’는 한채영 주연의 KBS2 ‘쾌걸 춘향’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25일 시청률은 ‘쾌걸 춘향’이 25.9%인 데 비해 ‘세잎 클로버’는 7.7%(이하 TNS 미디어 코리아 집계).

‘슬픈 연가’와 ‘유리화’도 지난주 평균 시청률이 13.9%와 11.4%로 같은 시간대 KBS2 ‘해신’(30.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멜로의 공식화된 흥행기법에 안주한 ‘스타 군단’들이 새로운 작법을 내세운 도전자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 ‘어디서 본듯한’ 흥행코드 따라하기

예쁘고 착하지만 무능한 여주인공과 대기업 가문의 2세, 그녀를 ‘여신’처럼 섬기는 남자 조연. 이 같은 신데렐라 공식은 진부하나 실패할 위험이 적다. 대기업이 나오면 제작 협찬을 받기도 쉽다.

‘슬픈 연가’ 등 최근 부진한 멜로드라마들은 이 같은 공식을 따르고 있다.

‘세잎 클로버’의 이효리(강진아)는 공장 노동자이고 류진(류세형)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다.

‘슬픈 연가’의 김희선(박혜인)은 가난한 시각장애인으로 소꿉친구인 권상우(서준영)와 통신업계 사장의 외아들인 연정훈(이건우)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다.

‘유리화’의 김하늘(신지수)은 보험회사 후계자인 이동건(한동주)과 역시 보험회사 사장의 숨겨진 아들 김성수(박기태)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이 드라마들은 모두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고 드라마의 장면도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준다.

‘슬픈 연가’의 제목은 ‘겨울연가’의 ‘짝퉁’ 같다. 연정훈이 김희선에게 비싼 코트를 사준 뒤 그 옷을 입은 김희선의 미모에 놀라는 장면은 ‘파리의 연인’을 연상시킨다.

‘세잎 클로버’에서 이효리와 연적인 김정화가 사실은 아버지가 다른 자매이거나 ‘유리화’에서 김하늘과 이동건이 아버지가 같다는 ‘출생의 비밀’도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나왔던 식상한 설정이다.

○ 심심한 대사, 평면적 캐릭터들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과 박신양은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맛깔 나는 대사와 생생한 캐릭터로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슬픈 연가’의 김희선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맑고 꿋꿋한’이라는 수식어에 갇혀버렸다. “전 괜찮아요” “꼭 약속해줘” 등 60년대 여배우 식의 심심한 대사만 날리며 7회가 넘도록 순진무구한 표정만 보여주고 있다.

‘세잎 클로버’에서 이효리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로 콘셉트를 잡은 듯하나 상스러운 대사로 그 이미지를 망친다.

이효리는 류진에게 “야, 달라붙을까봐 겁났니?”라며 막말을 하고, 사고뭉치 오빠와는 “베개는 덮쳐 뭐하게?” “여자는 없고, 덮칠 게 베개밖에 더 있냐”는 상스러운 대화를 주고받는다.

‘유리화’의 주인공들도 ‘사랑을 따르자니 우정이 울고’라는 신파의 굴레에서 맴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이동건의 일본어 대사도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낯설다.

김성덕 조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멜로의 퇴조라기보다 일부 드라마들이 인기배우에게만 의존해 시청자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던져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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