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위더스푼이 미스캐스팅인 이유

  • 입력 2005년 1월 19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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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가난한 예술가의 딸로 태어나 상류사회로 진입하려는 여성 베키의 욕망과 좌절을 그렸다. 여기서 베키는 왕을 비롯한 모든 귀족 남성들이 침을 흘리는 매혹적인 여인. 베키는 들꽃과 같이 당찬 매력과 섹스어필하는 매력을 동시에 발휘하며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29)이 이런 베키 역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 ‘금발이 너무해’로 잘 알려진 그가 이 영화에서 결정적으로 미스 캐스팅인 이유를 밝힌다.

○‘악역 전문’ 윌리엄 데포와 비슷한 얼굴형

①비호감(非好感) 얼굴인데…=위더스푼의 얼굴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형이 아니다. 튀어나온 광대뼈, 함몰된 앞볼, 길쭉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뾰족한 턱에다 피하지방이 적어 얼굴 피부와 뼈가 찰싹 달라붙어 ‘생계형’으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거부감을 준다. 위더스푼은 이런 단점을 특유의 웃음으로 ‘위장’하며 귀여운 체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녀는 웃을 때 콧방울이 벌어지면서 입가에 여덟 팔(八)자 주름이 생기는데, 이런 웃음은 ‘악역’에 어울리는 비열한 웃음(사진1)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위더스푼의 얼굴 골격은 ‘스파이더맨’과 ‘클리어링’에서 악의 화신 ‘고블린’과 납치범으로 각각 열연해 ‘악역 전문’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윌리엄 데포(사진2)와 흡사하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명문대 출신의 오버랩

②왜 미국인들은 좋아하지?=이런 위더스푼이 ‘베키’ 역에 캐스팅된 것은 미국인들이 그에게서 ‘신분 상승’의 환상과 ‘성공신화’를 보기 때문. 그는 100만 달러(약 10억 원)의 개런티를 받고 출연한 영화 ‘금발이 너무해’(2001년)의 성공 이후 일약 A급 스타의 반열에 올랐으며 2년 뒤 만들어진 이 영화 속편에선 무려 15배인 1500만 달러(약 150억 원)를 받는 초고속 출세를 했다. 미국인들은 위더스푼의 이런 배경이 상류사회 진출을 갈망하는 베키의 캐릭터와 유사하다고 여기는 것. 여기에다 미국 스탠퍼드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녀의 ‘똘똘한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 말끝마다 “당신은 너무 영리해”란 칭송을 받는 당찬 베키와 겹쳐진다고도 본다. 이는 마치 서울대 의류학과에 재학 중인 여배우 김태희가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하버드대생으로 출연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된 것과 같은 맥락.

○‘철없는’ 그녀의 가벼운 섹시녀 변신기

③연기와 대사의 부조화=단신(155cm)이어서 상대를 올려다보고 말할 수밖에 없는 오랜 환경에서 비롯된 습관인 듯하나, 위더스푼이 대사를 던질 때마다 턱을 치켜드는 버릇은 사실 베키가 가진 캐릭터와는 상극(相剋)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턱을 쳐들고 입술에 힘을 줘 말하는 것은 ‘유혹적’이기보다는 ‘철없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제스처는 남자들을 유혹하는 역할의 이 영화에선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뚱뚱한 재력가의 몸을 빨간색 실로 칭칭 감으면서 유혹하는 대목조차 철딱서니 없는 장난처럼 비치게 만드는 것. “나 항복이요. 난 당신의 포로요”(뚱뚱이 재력가) “간청하면 풀어주겠어요. 호호”(베키) “풀려나고 싶지 않소”(뚱뚱이 재력가) 또 위더스푼의 이런 ‘얇은’ 이미지는 왕 앞에서 추는 인도풍의 유혹적인(혹은 그렇게 믿어지는) 춤은 물론 베키의 주위를 둘러싼 대사들이 갖는 고전적 느낌과도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도움말=미고 성형외과 윤원준 원장)

베키가 던지는 유혹의 대사들베키에게 홀린 남자들의 대사들
“대위님,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거예요?”
“내 침실에 출입할 수 있는 남자는 남편과 의사뿐이에요.”
“오늘은 피곤해요.”
“당신을 위해 뭐라도 하겠소.”
“당신은 아내와 달라. 식지 않는 열정을 가졌지.”
“이것만은 기억해줘.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걸.”
“당신이 내 심장을 앗아 가버렸소.”
“제발 나를 불쌍히 여겨 함께 식사할 기회를 주세요.”
“마침내 당신을 얻다니….”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선승혜(서울대 언론정보학과 2년) 김슬아 씨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2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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