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찍은 작품 꼭 수중에 佛 ‘현대판 루팡’

  • 입력 2005년 1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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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괴도 루팡’으로 불리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33). 그는 루브르 미술학교 입학이 좌절되자 1995년부터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7개국에서 239점의 유명 예술 작품을 훔치는 도둑으로 돌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판 ‘괴도 루팡’으로 불리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33). 그는 루브르 미술학교 입학이 좌절되자 1995년부터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7개국에서 239점의 유명 예술 작품을 훔치는 도둑으로 돌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판 ‘괴도 루팡’이 프랑스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 법원은 6일부터 이틀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33)라는 예술품 도둑에 대한 재판을 연다.

알자스 출신인 그는 1995년부터 7년간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7개국을 넘나들며 239점의 작품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내에서만 60여 점의 작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작품 가운데는 16세기 후반 네덜란드 풍속 화가 브뢰겔,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대표적 화가 와토 등의 작품도 포함됐다. 장물의 가치는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그는 “미(美)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들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훔친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지 않고 고향집에 보관해두고 있었다.

알자스 지방의 유명 화가 로베르 브라이트비저의 손자뻘인 그는 어려서 부모와 함께 미술관을 다니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그는 루브르 미술학교 입학에 실패한 뒤 호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미술 독학을 해왔다.

예술품에 손을 댄 것은 1995년. 프랑스의 한 지방 미술관을 찾았다가 그림을 액자에서 도려 내 가방에 담았다. 훔치는 것이 의외로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이때부터 경비가 허술한 지방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다. 한 고성(古城)에선 16m² 크기의 태피스트리를 창문 밖으로 던진 뒤 며칠 뒤 방치된 태피스트리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는 잘 차려 입고 BMW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수집가 행세를 해 ‘신사 도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길던 꼬리는 2001년 11월 스위스 루체른의 한 미술관에서 잡혔다. 작품을 한 점 훔친 뒤 며칠 만에 다시 미술관을 찾았다가 그를 알아본 경비원의 신고로 경찰에 잡힌 것. 그는 스위스 법정에서 3년간 복역한 뒤 지난해 7월 알자스로 돌아왔다.

스트라스부르 법원은 그의 어머니인 미레이유 스텐겔 씨(53)도 법정에 세울 예정이다. 죄목은 ‘장물 은닉죄’ 및 ‘예술품 파괴죄’. 스텐겔 씨는 아들이 스위스에서 체포되자 홧김에 예술품 수십 점을 파손해버렸다. 일부는 집 근처 라인-론 운하에 버렸고, 그 가운데는 120억 원짜리 골동품도 포함돼 있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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