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VIP들의 부끄러운 예약 부도

  • 입력 2005년 1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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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이 주최하는 신년음악회에 참석을 약속했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무더기로 예약을 펑크 냈다고 한다. 음악회 시작 직전에라도 극장에 못 간다는 전화를 주었더라면 일반 관객에게 관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지만 취소 전화조차 없어 결국 120석의 자리가 비어 있는 채로 공연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지도층부터 예약문화를 지키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주최 측은 660명의 각계 VIP 인사들에게 1인당 두 자리씩 음악회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210명이 참석을 약속했으나 이 가운데 60여 명이 공연장에 오지 않았다. 수치로 따지면 30%에 이르는 높은 예약부도율이다. 주최 측이 이들을 초청한 것은 개인 자격이 아닌 사회적 지위 때문일 것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사들에게 우선적으로 관람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예약을 펑크 낸 이들은 ‘혜택’의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솔선수범’이라는 지도층의 덕목을 잊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음악회에 갈 수 없었다면 전화 한 통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 예약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고 해도 혜택을 많이 받을수록, 영향력이 클수록 기본적 책무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예약을 펑크 냄으로써 빚어진 결과는 이번 일이 비단 음악회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이날 입장권은 매진되었고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도 많아 그만큼 다른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말았다. 일반 관객들이 느꼈을 감정을 상상해 보라. 지도층의 약속 불이행이 공동체의식을 훼손하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책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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