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권진규미술관’ 짓는다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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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렸던 권진규 작 ‘지원의 얼굴’. -동아일보자료사진
한때 중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렸던 권진규 작 ‘지원의 얼굴’. -동아일보자료사진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의 작품들이 전시되는 권진규미술관이 2007년 봄 경기 여주군에 건립된다.

하이트맥주 산하 하이트미술문화재단은 계열사가 운영 중인 블루헤론 골프장 주변 부지 3000여평에 건평 500평 규모로 미술관을 짓고 고인의 대표작 테라코타 여인 흉상인 ‘지원의 얼굴’, ‘보살입상’ 등 조각 120여점과 회화 드로잉 유품 등 총 2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건물 설계는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맡는다.

이번 미술관 건립은 근대 미술품 컬렉터이기도 한 하이트맥주 박문덕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개인 소장가로는 가장 많은 20여점의 권진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권진규 30주기 전에 소장품 4점을 기증하기도 했던 박 회장은 당시 고인의 유족과 만나면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미술문화재단측은 또 이번 미술관 착공으로 확보된 부지 주변에 작가들의 작업공간(스튜디오) 등이 어우러진 문화촌도 만들고 향후 권진규미술상 제정, 추모 자료집 발간 등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의 막내 여동생 권경숙씨(77)는 “평소 작가와 작품을 아끼는 독지가에게 오빠의 작품을 맡기고 싶었다”면서 작품 120여점과 데생, 자료들을 새로 들어 설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 후배 오기노 도모와 사랑을 나눴으나 고인의 귀화를 요구하는 장인 장모 때문에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오기노 여사는 미술관 건립 소식을 듣고 소장하고 있던 고인의 유작품 조각 3점, 드로잉 30점을 보내오기도 했다.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일본 유학 중 징용에 끌려갔다가 도망쳐 온 개인적 상처를 견디며 흙덩어리에 영혼의 숨결을 불어 넣은 그는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작업실(최근 서울시문화재로 지정)에서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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