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새벽, 샘솟는 희열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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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미래를 좇고, 노인들은 과거를 계속 돌아본다. 모두가 현재에서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지금을 통해서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의 굴레에 묶여 있어야 편안함을 느끼지만, 사실은 그만큼 무력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새벽빛은 어둠을 가른다. 우리는 새벽을 맞는 경험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침을 바쁘게 맞이한다.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삶의 터전으로 급히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새벽의 부름을 거부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종교인이 경험하는 신앙과 같다. 세속의 삶은 반복되는 일상에 빠져들도록 유혹한다. 하지만 신앙은 새로운 소명과 참삶으로 뛰어들게 한다. 세상 곳곳을 비추는 아름다운 빛은 어둠을 우리에게서 밀어내고, 새벽이 보여주는 기적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렇게 거대한 새벽의 그림에서 우리가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거나, 지평선이 펼치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시간을 기다리고 보내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인내심의 결핍 때문이다. 생활은 있으나 삶의 질을 생각하지 못하는 분주함 때문이다.

새벽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다가온다. 이 새벽은 하루를 살아갈 신앙인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새벽이 가르쳐주는 것은 세상 만물의 환희다. 빛의 기운이 기적처럼 밝아오면서 온 세상 어둠의 그림자는 점점 엷어진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 위의 모든 피조물들이 평화의 모습을 잃게 될까 두렵다. 세상의 평화를 목 놓아 외치기에 앞서, 나와 내 주변은 얼마나 관용과 배려로 상생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절대자는 당신의 놀라운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이 새벽을 경험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 새벽의 묵상을 통해, 캄캄한 세상 속에 빛으로 오는 그분을 만나 샘솟는 희열을 느껴보자. 상생의 마음을 품어보자. 그렇게 오늘 하루를 힘차게 살아 보자.

한국기독교회협의회(KNCC) 총무·목사 백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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