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이면서 생업의 장소인 마운틴은 10.5평의 컨테이너 박스, 천과 비닐로 만든 1.5평 창고가 전부. 실내와 넓지 않은 마당에 작은 테이블 4개를 놓았고 살림살이 대부분은 창고 안에 정리했다. 침실은 인조잔디를 깐 옥상 위의 2인용 텐트.
욕심을 내지 않으니 한달 생활비는 30만원이면 족하다. 하루에 커피 5잔만 팔면 생활비가 나온다. 손님이 많아 돈이 남으면 친구들에게 밥을 산다. 부부는 짐을 가볍게 꾸린 여행객처럼 행동이 자유롭다. 데니는 “걸어서 왕복 3시간 이내의 북한산은 모두 우리 집 정원”이라고 자랑했다. ‘정원 산책’은 이들에게 일상이다.
데니는 어릴 때 가난한 이웃을 보며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부(富)를 축적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신부가 되려 했다.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0년간 예수회 수도사를 했지만 1983년 그만두고 삶의 현장으로 나왔다. “성소(聖召)가 부족했기 때문”이란다. 그 뒤 ‘무소유’의 삶에 적극 동의한 동반자 젬마를 만났고, 또 산을 만났다.
“아무도 소유할 수 없지만 내가 오르면 내 것이 되는 산에서 성직자로서 구현하고 싶었던 평등세계를 발견했어요.”
부부는 1985년 결혼해 데니의 고향인 강원 평창군에서 수박농사를 지었다. 농사에는 성공했지만 장사에는 실패했다. 10개월 만에 상경해 먹고 살 방법을 찾다가 친구에게 홍제동의 찻집을 얻어 시작한 ‘물장사’가 올해로 19년째가 됐다. 젬마는 틈틈이 글을 써, 7년 전 에세이집 ‘너무 가난해서 너무 행복한 삶(문학사상사)’을 펴냈다.
“소유로 얻는 것은 즐거움이지 행복은 아니에요. 외부로 향한 시선을 거두고 내면을 바라볼 때 행복이 찾아오지요.”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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