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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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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고 강인한 서희 대신 사랑과 그리움에 안타까워하는 서희를 표현하고 싶어요.”
27일 처음 방영되는 SBS 50부작 대하드라마 ‘토지’(토 일 밤 8:45)에서 서희 역을 맡은 김현주(27)는 또 다른 서희를 꿈꾸고 있다.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은 1979년과 1987년에 이어 세 번째. 1979년엔 한혜숙, 1987년엔 최수지가 서희를 맡았다. 1994년 소설이 5부작으로 완간된 뒤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강원 횡성군 우천면 ‘토지’ 촬영 세트장. 김현주는 연노랑 저고리에 빨강 치마를 입고 억새가 듬성듬성 자란 논둑길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이곳 세트는 드라마의 주무대인 경남 하동군 세트장 외에 중국 룽징(龍井) 등을 재연했다.
드라마 ‘토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아역을 중심으로 촬영에 들어가 18회분까지 제작을 마친 상태. 아역을 포함해 출연진만 80여명에 이른다. 서희의 남편 역엔 유준상, 서희의 재산을 빼앗고 내쫓는 조준구 역은 김갑수가 맡았다. 이순재 이정길 양금석 김미숙 박상원 이민영 김유석 정찬 등이 출연한다.
“소설도 5부가 되어서야 서희의 진면목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서희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재산도 다 빼앗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냉정한 성격을 갖게 됐다고 봐요. 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심성을 가진 여자였던 것 같아요. 특히 나이 들어서는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여자의 어머니로 전형적 한국 여성상을 나타내고 있죠.”
그녀는 대본을 연습하면서 ‘목소리 톤이 너무 부드럽지 않나’ 하고 스스로 걱정하기도 했지만, 연출을 맡은 이종한 PD가 “그런 톤이 더 좋다”고 말해줘 힘을 얻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발랄하거나 착하고 순진한 역을 자주 맡았어요. 그래서인지 ‘냉정한 서희 역을 맡아 부담되겠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부담을 크게 못 느껴요. 1, 2대 서희의 연기를 참고하겠지만 제 마음 속의 서희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알고 보면 독한 면이 많아요.”
그는 어렸을 때 최수지의 ‘토지’를 즐겨봤다.
“아홉 살 때인데, 토지를 보면서 최수지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 후배들이 제 연기를 보고 연기자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PD는 “18세부터 60세까지의 서희를 맡으려면 톡톡 튀면서도 중후한 연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김현주만한 적임자가 없다”며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라고 말했다.
김현주는 ‘토지’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작품도 거의 다 읽었다.
“요즘 설탕과 양념이 들어간 드라마가 많아요. ‘토지’는 진한 된장국 같은 드라마입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진짜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횡성=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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