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영웅시대’ 중장년 천태산 역 최불암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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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은 “‘영웅시대’가 어린이, 청소년, 어른이 함께 보는 드라마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최불암은 “‘영웅시대’가 어린이, 청소년, 어른이 함께 보는 드라마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강인하고 질박한 한국인 상을 그리고 싶어.”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하는 배우 최불암(64).

그가 15일부터 MBC ‘영웅시대’(극본 이환경·연출 소원영·월화 밤 9:55)에서 중장년 천태산 역을 맡는다. 천태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모델로 했으며 지금까지 차인표가 맡아왔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본뜬 국대호 역의 전광렬은 정욱으로 바뀐다.

7월5일 시작한 100부작 ‘영웅시대’는 대기업 총수의 기업 운영과 삶을 통해 한국 경제사의 이면을 다루고 있다. 최불암이 나온 1, 2회는 정 회장의 방북과 고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을 다루면서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차인표가 젊은 천태산으로 나선 3회 이후에는 시청률이 13∼14%로 떨어졌다.

MBC는 최불암 외에 이명박 서울시장(전 현대건설 회장)을 연상케 하는 유동근이 함께 투입되면 시청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인표는 정 회장의 본 모습과 달리 자신이 만든 캐릭터로 끌고 나갔어. 하지만 ‘영웅시대’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드라마야. 시청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물이라 말투, 버릇, 행동이 비슷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어.”

최불암은 정 회장과 20% 정도 비슷하면 된다고 했으나 요즘 그의 어투는 정 회장의 그것과 분간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그 양반은 이름을 안 불렀어. ‘이거 봐요’나 ‘얘’라고 불렀지. 그는 ‘빈대만도 못해’라는 말을 자주 했어.”

최불암은 84년 드라마 ‘야망의 25시’에서 정 회장 역을 맡은 게 인연이 돼 정 회장이 출마한 92년 대선에 참여했고, 정 회장이 창당한 국민당의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그는 정 회장을 ‘강인하고 질박한 농부’로 평했다.

“정 회장에게 ‘어떻게 이런 큰 기업을 일궜느냐’고 물었더니 ‘다 농사꾼 철학’이라고 답했어. 노동을 통해 얻은 철학과 강인함을 기업 운영에 적용시킨 거지. 산업화됐다고 해도 우리 가슴 밑바닥엔 ‘농부다운 고집과 강인함’이 숨어 있는 거지.”

그는 인터뷰 내내 정 회장에 대해 이런 저런 일화들을 털어놓았다.

“정 회장 집에 가면 손바닥만한 냉탕 온탕이 있었는데 타일이 다 떨어져 나갔더라고. ‘왜 안 고치느냐’고 했더니 ‘물만 안 새면 된다’고 해. 골프 칠 때도 20년 된 바지를 입고 나왔어. 대기업 총수답지 않는 질박한 생활이 인상적이었지.”

최불암은 최근 친구인 오지명과 함께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까불지마’를 찍었다. 그는 ‘까불지마’에서 15년 수감생활을 한 뒤 출옥한 늙은 깡패 역을 맡아 액션 연기도 서슴지 않았다.

“온 몸이 멍투성이였지만 아직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더군.”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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